[기자수첩]중소기업 적합업종 논란 원죄

전병윤 기자
2015.10.30 03:30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시장 실패의 보완적 정책수단인 적합업종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금처럼 자율협약이 아니라 법제화를 통해 강화해야 한다" "특정 이익집단의 의견만 반영된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 정책"이란 양측의 극명한 이견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2017년 일몰되는 적합업종 제도는 늘 갑론을박의 대상이다. 적합업종 제도가 갖는 모순과 부작용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말 많은' 이 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분명하다.

"사각의 링에서 헤비급과 경량급이 붙었다. 결과가 뻔하니 경기는 흥미를 잃게 마련이고 관중은 점점 떠난다. 이처럼 기울어진 경기장,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경기는 우리 경제구조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체급을 무시하고 링에 오른 선수를 심판(정부)이 눈 감거나 제대로 제재하지 못한 탓에 흥행은 참패를 면할 수 없다."

특정 업종을 지목해 중소기업만 사업해야 한다고 울타리를 쳐 주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당위성을 이런 관점으로 이해하는 건 무리일까. 일종의 극약처방인 셈이지만, 그만큼 우리 경제는 몸의 균형을 잃었다. 8대 대기업 그룹의 자산이 GDP(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44%에서 2012년 84.5%로 급증했다는 조사는 이런 진단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7.4%(2013년 기준)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4위다. 대기업이 무한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체 일자리 중 88%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이 무너져 간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 비중이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 일자리 제공에 한계가 있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은퇴 이후 막막함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적합업종 반대론자는 "시장경제 원칙을 위배한 정책"이라며 폐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체급 제한도 없이 경기가 벌어지는 링에서 규제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게 오히려 반시장적일 수 있다. 시장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공정성을 우선해야한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각자의 체중에 맞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워 한 단계 위로 성장하는 구조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적합업종 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귀담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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