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창업에 관심 없고 오로지 취업만 생각"

김태형, 조성은 기자
2016.10.04 06:30

[이코 인터뷰]신형덕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신형덕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사진=홍봉진 기자

“청년들은 창업을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하나의 스펙 정도로 여기고 있다.”

홍익대에서 지난 10년간 창업 관련 강의를 하고 창업동아리를 지도해온 신형덕 경영학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이 창업동아리나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는 목적은 진정한 창업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취업을 위한 일종의 스펙쌓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우리사회에서 청년창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영향으로 정부의 지원도 활발해졌다. 2016년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은 총 165개, 1조288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또한 창업과정을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 30개에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161개 엔젤투자그룹에도 매칭펀드를 통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확대에도 불구하고 창업 3년 이하 기업비중은 2012년 27.1%에서 2014년 13.4%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신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공기업-대기업-중소기업-창업 순이라며, 정부지원이 늘어났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창업에 도전하는데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생·멘토·투자가 간 유기적인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식 정부지원과 독려만 계속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청년들이 선뜻 창업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신 교수는 대학생들이 창업에 소극적인 이유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지난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창업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이 42%로, 미국(29.7%), 스웨덴(36.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창업보다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취업을 택하는 게 당연지사.

역설적으로 극심한 취업난이 창업을 더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창업에 뛰어들어 몇 년을 지내다 실패해 다시 취업을 하려고 하면 보통 30대 초반이 된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30대 초반의 나이는 가뜩이나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취직을 가로막는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창업에 실패할 경우 빚만 잔뜩 지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한 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인생 실패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감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모험에 뛰어들 사람은 드물다. 창업에 실패했을 때 재기를 도와줄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창업을 주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 교수는 “정부예산을 비전략적·맹목적으로 쏟아 붓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창업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청년들이 창업 실패 후 취업시장으로 회귀했을 때 그들의 재기를 방해하는 ‘나이’라는 장벽을 철폐하자는 취지로 채용과정에서 ‘나이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청년창업을 활성화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창업이 성공하지 못 하는 이유

신 교수는 청년들이 창업시장에서 살아남지 못 하는 이유로 ‘허술한 창업 아이템’을 들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충분한 고민과 분석 없이 아이템을 선정하고 무작정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창업자만의 강력한 무기 없이 막연한 기대와 단순한 구상만으로 시장에 나가면 백전백패하기 마련이다. 시장은 변화무쌍해 아마추어적인 접근으로는 예측이 힘들고, 예측에 실패하면 시장논리에 의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시장은 냉혹하고 잔인한 곳이다.

창업성공률을 높이려면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고 공략대상도 명확해야 한다.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부터 전문가의 면밀한 코칭과 점검이 필요하다. 창업멘토의 손을 거쳐 나온 정교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장에 나가야 승산이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조언이다.

더불어 청년들이 ‘적절한 도구나 재료 없이도 문제 해결책을 즉석에서 고안한다’는 의미의 ‘브리콜라주(Bricolage)’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목적인 재정지원만으로는 오히려 창업가에게 필요한 브리콜라주 정신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낳게 돼 결과적으로 창업에 실패한다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청년창업을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청년창업을 둘러싼 문제는 단지 자금을 쏟아 붓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은 돈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에 대한 노하우도 필요하며, 주변 사람과의 인간관계도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나이가 어린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자금도 부족하고 경영 노하우도 부족하며 도움을 받을 만한 인맥도 잘 다져져 있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신 교수는 창업의욕과 창업포착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지역사회·청년들 간의 '만남'을 장려했다. 이들이 서로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지속적인 멘토링을 통해 창업 실패 요인을 미리 제거한다면 창업의 성공확률은 그만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정규교육만으로 학생들의 창업의욕을 돋우고 아이디어를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1대1 창업맞춤교육을 제안했다. 1대1 맞춤교육을 통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지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창업에 특화된 전문성 있는 교원과 교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분야별·지역별 전문가와 연계해 창업 전문 멘토링을 실시, 청년들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을 줌으로써 창업실패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창업멘토링과 컨설팅을 위해 정부가 대학에 282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보가 민간과 공유되지 않고 있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은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창업교육 최일선에 있는 신 교수는 털어놓았다.

◇창업자금은 정부예산이 아닌 ‘민간투자’가 주축이 돼야

신 교수는 “수많은 창업 아이디어가 세상에 공개되고, 이를 시장원리에 의해 검증받고 판단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오픈트레이드(OpenTrade), 와디즈(Wadiz), 인크(yinc)같은 업체롤 통해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열리고 있으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런 투자자와 창업가의 공개적인 연결이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다. 개인 또는 중소기업이 애써 만들어 놓은 사업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표절하는 사례를 엄중히 처벌하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생각이다.

또한 “정부나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실제 활동하지 않는 멘토들을 형식상 명단에 등재하거나, 시장논리가 아닌 관료의 판단에 의해 멘토링 사업을 진행한 후 사업에 실패해 정부예산을 낭비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현상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2000년 초 벤처붐이라는 신기루가 버블로 끝나는 것을 목도했다. 퍼주기식 직접 지원 방식에 대한 한계를 처절히 경험해봤다.

마찬가지로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 구실을 못 해 창업이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거나, 창업을 위한 창업에 그쳐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결국 국민혈세만 낭비하고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이다.

신 교수는 “창업이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경제활력을 높이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청년창업의 실패의 위험성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