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습제가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고주파기기를 쓰는데 이게 의사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라는 거에요. 홈쇼핑에서도 파는 기계를 피부미용업소에선 숨겨놓고 몰래 써야 하는 처지인데다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물기도 합니다.”(서울 마포구 피부미용점포 사장 A씨)
이처럼 피부미용기기를 의료기기로 묶어놓은 현행법 때문에 상당수 미용업소가 불법시술 낙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판단해 피부미용기기를 미용업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합법화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로 관련 법안이 수년간 표류한 점을 감안하면 국회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5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말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통해 확정한 ‘소상공인 및 청년창업 현장규제 개선’에 피부미용기기 제도화 방안을 포함하고 올 상반기 안에 보건복지부와 관련 법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행 의료법·의료기기법 및 공중위생관리법에는 의료기기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 외에 일반인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피부미용업소에서 많이 쓰는 고주파기기를 비롯해 중·저주파기기, 초음파기기, 썩션기, 적외선램프 등도 의료기기에 포함돼 있어 미용업소에서 이를 사용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해당 기기는 위험이 낮고 조작도 간편한 보편적인 의료기기여서 피부미용업소 사용을 원천봉쇄한 건 과도한 규제라는 시각이 많다. 중기청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가정 판매를 하고 있을 정도로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고 부작용도 낮은 기기”라며 “복지부와 협의해 피부미용기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어떤 제품을 포함할지 등을 논의해 상반기 안으로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은 복지부와 큰 틀의 합의를 한 만큼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피부미용업소의 합법적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피부미용업소로 등록한 업체는 전국 2만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2012년에도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장기 표류한 끝에 폐기된 사례가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당시 의료계의 반발로 좌절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는 정부의 규제개선 차원으로 추진한 만큼 외국의 구체적인 사례를 취합하고 관련시장 파악 등 면밀하게 준비해 복지부와 함께 의료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합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수경 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장은 “홈쇼핑에서도 판매하는 제품을 의료인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이라며 “피부미용기기에 대해 외부 전문가 심의위원회를 거쳐 별도의 안전도 검사를 실시하면 안전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