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대기업의 수요 위축이 하청기업에 연쇄적으로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재·부품·장비 조달 차질과 같은 직접효과보다 대기업의 수요 위축에 따른 파급효과 등 간접적 영향이 더 클 수 있어 공급망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8일 '일본 수출규제의 대-중소기업 공급망 측면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조업 공급망 체계는 최종 수요기업(대기업) 중심의 하청계열화로 이뤄져 수요기업의 정책 변동이 하청기업에 연쇄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정책 변동으로 인한 하청기업의 영향이 큰 구조이고 하청기업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대기업의 수요 불확실에 기인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의 수요 불확실성에 따른 하청기업의 경영상 불확실성은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연구원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핸드폰/통신장비, 조선, 2차전지, 철강 등 9개 분야 제조 중소기업 1만3085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2~6일 설문조사 결과 '일본 수출규제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6.2%에 그쳤다.
업체 다수는 구체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거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수요 변동에 따른 영향을 예상하기 힘들고 타 공급망의 변동에 따른 영향(전염효과)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에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은 주로 소재·부품·장비 조달 차질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생산 네트워크의 위기관리 점검, 추월형 중소기업 육성, 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 제품의 국산 대체 가능 시간에 대한 설문도 이뤄졌다. 자동차, 조선은 3개월 이내 대체재 확보가 가능한 반면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석유화학은 대체재 확보에 최소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기업들은 전망했다. 최종민 중소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상위 거점에 있는 일본(외국) 기업을 파악하고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중소기업군을 선정, 강소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며 "강소기업의 대형화 및 전문화를 유도하고 벤처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술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원·홍종수 연구위원은 "납품단가 인하와 같은 근시안적 경영을 탈피하도록 하청기업과의 상생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공급기업의 품질 목표 달성과 수요기업의 공정한 판로 보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