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36세 중국인 여성이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첫 확진자로 확인된 후 1달이 지났다. 지난 10일 28번째 확진환자 발생 이후 닷새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안도하던 분위기는 19일과 20일 이틀간 7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됐는 것이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29번, 30번 환자에 이어 영남권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의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감염원을 알수 없는 환자가 속출하면서 방역당국이 집중해야 할 의심환자의 경계도 점점 흐릿해졌다.
그동안 우리 방역당국은 확진자 접촉자 파악과 입국자 위치추적 등 동선 관리에 집중했다. 특히 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공유한 것이 큰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역사회로의 감염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노력은 빛을 잃고 있다. 코로나19가 감기처럼 유행하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이런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의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데는 개인의 일탈행동 영향이 컸다. 대표적으로 31번째 확진 환자는 의료진의 검사 권고를 두 번이나 거부하고 종교시설 등을 방문해 지역사회 전파에 불을 당겼다.
교통사고로 지난 7일 대구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한 뒤 14일 영상의학 검사를 통해 폐렴이 확인되자 당시 의료진은 정확한 검사를 위해 환자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겨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해외 여행력이 없고, 확진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며 검사를 거부했고 증세가 악화된 17일에야 검사를 받고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진단검사를 거부하고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신천지 대구교회와 퀸벨호텔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오후 4시 기준 이 환자의 접촉자 수는 1160명이다.
앞서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15번 환자는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2차 감염을 일으킨 사례다. 4번 환자와 같은 항공기를 탑승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지난달 29일부터 자가격리 조치 중이었지만 지난 1일 격리 지침을 어기고 아래층에 사는 처제 집에 방문해 밥을 먹었다.
이후 15번 환자는 2일, 처제(20번 환자)는 5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18일 11세인 20번 환자의 딸까지 감염이 확인됐다. 어린이가 감염된 첫 사례였다.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속출하자 정부의 ‘뒷북 대응’, ‘주변국 눈치보기’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금지하는 문제다. 정부는 해당 이슈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60만명을 돌파했을 때 중국 후베이성에서의 입국만 막았다. 미국과 일본 등 60여개국의 입국제한 결정이 있고난 뒤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오는 감염자도 막기 위해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에 대해선 ‘아직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사례정의 확대도 환자 발생을 뒤쫓아 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국 우한 방문 여부만 따져보다가 중국 다른 지역 및 일본·싱가포르에서 감염돼온 환자를 걸러내지 못했고, 해외 방문력으로 범위를 넓혔지만 이미 감염된 국내 환자들의 전파를 막아내지 못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새는 항아리를 아무리 잘 막아도 수도꼭지를 틀어막지 않으면 물은 결국 흘러넘치게 마련"며 "감염증이 광범위하게 퍼진 국가의 입국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