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코로나19 감염원" 韓 보건당국 수장의 인식

최태범 기자
2020.02.26 15:53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법안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2.26. photothink@newsis.com

정부 방역대책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복지부 수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유입 경로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갑윤 미래한국당 의원이 중국발(發) 입국을 막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질타하자 "아무런 열도 없고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 갔다 오면서 감염원을 가지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복지부 장관이 (중국 입국금지) 입장을 주장하고 관철했으면 이런 사태가 왔겠느냐"고 따졌고, 이에 박 장관은 "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생기냐, 신천지 교회, 대구시민이 (원인)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박 장관은 "(신천지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중국을 방문한 우리 국민의 문제였다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는 배치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다"며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경거망동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는다?

‘한국인이 코로나19 감염원’이라는 박 장관의 발언은 정 의원과의 설전 과정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장관은 지난 2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브리핑 때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박 장관은 중국인 입국문제와 관련 ‘정부가 창문을 열고 모기를 잡으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 “환자들의 감염 요인을 보면 중국에서 들어온 관광객이 감염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을 다녀온 국민들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국인까지도 다 차단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특정한 국가의 특정한 사람들만 제한하는 것은 감염(예방) 차원에서 그렇게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하루에 2만명 정도였던 입국자 수가 지금 4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그 4000명 안에 1000명 가량이 내국인이다. 창문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는 것 같지는 않고, 지금 겨울이라서 모기는 없는 것 같다”며 농담으로 대답했다.

박 장관의 농담을 놓고 인터넷에서는 망언이라는 질책이 잇따랐다.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박 장관의 발언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자국민을 보호하자는 주장에 반중(反中) 프레임으로 되치기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특히 감염원이 불투명한 환자가 속출한 상황에서 박 장관이 감염원을 한국인으로 특정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이들을 ‘최초 감염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방역망에 빈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 방한 때문?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9일 "방역하는 입장에서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른 부분들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바가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이 방역책임자로서 중국발 입국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지만, 정부 전체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정무적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중국발 입국금지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향후 중국과의 관계개선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중관계 최대 외교 이벤트로 꼽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기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20일 전화통화를 갖고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상반기 방한 문제를 논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한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한중 정상은 국빈 방한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발원지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금지만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발 입국금지에 대한 국민청원이 76만명을 넘기고, 의료계에서도 이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나 큰 상황변동이 없는 한 정부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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