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아니었어? 썰렁했던 관악구 달라졌다…창업가 몰려드는 이유

최태범 기자
2026.02.25 05:00

[인터뷰]김준학 관악중소벤처진흥원(GSV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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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학 관악중소벤처진흥원 원장 /사진=최태범 기자

오랫동안 '고시촌'의 상징으로 자리해 온 서울 관악구가 이제는 청년 창업가들이 모이는 '창업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시생들의 메카였던 낙성대와 신림 일대가 '관악S밸리'라는 이름 아래 벤처·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지금 관악구에는 독서실보다 공유오피스와 각종 창업지원 공간들이 들어서는 중이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 이후 침체된 고시촌 일대를 되살리기 위해 관악구가 추진해 온 창업지원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으면서 2030 창업자와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창업지원 전문기관 '관악중소벤처진흥원'(GSVA)이 출범하면서 관악의 창업생태계는 더욱 뚜렷한 구심점을 갖추게 됐다. 일회성 사업을 넘어 제도적 기반과 지속성을 갖춘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픽=이지혜

김준학 관악중소벤처진흥원 원장은 "보통 1년 주기로 순환 보직이 이뤄지는 구청 조직만으로는 창업 지원에 있어서 전문성이 쌓이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기업들의 미세한 수요를 파악하고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행정적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 수준의 전문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탄생했다. 김준학 원장은 KT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담당하고 창업학 박사 학위도 취득한 실무형 전문가로, 구의회의 까다로운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원장을 맡았다.

김 원장은 "관악구가 수년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온 창업 정책을 이제는 진흥원이라는 전문적인 틀 안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완성할 것"이라며 "관악 출신 스타트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기술컨설팅·스케일업 집중 지원
박준희 관악구청장(왼쪽 여섯 번째)을 비롯해 서울시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이 2025년 7월1일 관악중소벤처진흥원 출범식에서 리본 커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관악구청

진흥원의 올해 핵심 사업 분야는 △창업·입주 지원 △투자유치 지원 △오픈이노베이션과 창업 문화 활성화 △글로벌 진출 지원 등 크게 5가지다.

특히 서울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창업기업 기술컨설팅 지원사업'은 관악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강점이다. 이 사업은 기술 개발의 벽에 부딪힌 스타트업을 서울대 공대 교수들과 일대일로 매칭함으로써 심층적인 기술 분석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돕는다.

김 원장은 "기업당 최대 1000만원 규모의 컨설팅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며 "일반적인 멘토링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기술 수요를 파악해 서울대 교수들이 3개월간 밀착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진흥원은 CES·MWC와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에 관내 기업들의 참가를 적극 지원하며 글로벌 판로 개척도 돕고 있다. 김 원장은 "올해 MWC에 전국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3개 회사를 선정해 보냈다"고 했다.

단순히 참가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관악S밸리' 통합 부스 운영을 통해 기업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전 교육과 바이어 매칭을 통해 실질적인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들의 스케일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원장은 "시제품 제작, 마케팅 전략 수립, 국내외 인증 획득 등 스타트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와도 연결, 소비·소통 문화 창출
관악중소벤처진흥원이 2025년 12월12일 관악청년청에서 '2025 관악S밸리 홍보단 및 밍글링 프로그램 성과공유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관악중소벤처진흥원 제공

진흥원은 지역 경제와의 연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악S밸리 밍글링'이다. 김 원장은 "서로 다른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면 활동비를 지원한다"며 "이들이 관내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고 이를 SNS에 홍보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들이 들어오면서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공실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볼링, 뜨개질, 맛집 탐방 등 다양한 동아리가 생겨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이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지역 사회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소상공인들은 이들 덕분에 상권이 살아난다고 느낄 때 진정한 의미의 창업 생태계가 완성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진흥원을 단순히 구청 사업을 위탁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나 서울경제진흥원(SBA)과 대등하게 협력하는 '공공 AC(액셀러레이터)'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창업기획자(AC) 등록과 팁스(TIPS) 운영사 자격 획득이 마무리되면 초기창업패키지나 창업도약패키지 같은 수십억원 규모의 정부 사업들을 진흥원이 직접 운영기관으로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S밸리의 브랜드 파워 더욱 높일 것"
김준학 관악중소벤처진흥원 원장 /사진=최태범 기자

진흥원은 관내 10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낙성대와 신림동 일대에 7개의 창업 지원 시설을 운영 중이며, 더 많은 기업을 수용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 매진 중이다.

김 원장은 "강남 '팁스타운'이나 '마루 360'처럼 관악S밸리에 입주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타트업이 실력을 증명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관악S밸리 기업들에 대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는 관악구만의 전용 펀드 조성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원장은 "약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시드 단계에서 프리시리즈A 단계로 넘어가는 관내 기업들에게 직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들이 '나는 경쟁률 10대 1을 뚫고 관악에 들어온 팀이야'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장으로서 과제"라며 "재임 기간 동안 관악S밸리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관악S밸리를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인재 △자금 △인프라라는 창업의 3요소가 완벽하게 해결되는 '지방 리그의 강자'이자 '스타 플레이어 양성소'로 만든다는 목표다.

그는 "역삼동에는 손흥민이 100명 있고 관악구에는 아직 1명도 없을 수 있다"며 "우리는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그들이 손흥민 같은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완벽한 훈련장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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