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옥죄면서 힘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월급이 나가고 직원들이 붙어있도록 하기 위해서 쿠팡이츠 라이더부터 대리운전까지 하면서 악착같이 버텼습니다."
스타트업을 설립한 대표자들의 절대 과제는 '생존'이다. 본격적인 투자를 받기 전까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면서 버텨야 한다. 여러 가지 창업 지원금을 정부나 공공기관에 신청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자부담 비율이 정해져 있다. 이미 모아놓은 자본이 없는 '무일푼' 창업가들은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투자 보릿고개'를 버텨낸다.
1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서 나오는 상당수의 보조금성 사업화 지원금은 사업자에게 30%가량의 자부담 비율을 책정한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기본형) 등이 대표적이다. TIPS 사업화·해외마케팅 지원금 등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지원금에서 자부담 구성은 현금 10%와 현물 20% 식으로 쪼개서 처리하는 게 표준이다. 현물 처리의 경우 인건비·기존 보유 장비 감가상각 등을 인정해줄 때가 많다. 실제로 사업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자부담은 전체 지원금 중 10%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책자금 융자 역시 소요자금의 일정 비율까지만 대출이 나온다. 보통 시설자금은 소요액의 80~100%까지 넉넉하게 융자해주는 편이지만 운전자금 등은 별도 한도가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기업 입장에선 자부담 현금 10%조차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대표 인건비를 현물로 잡아서 비율을 메우는 식으로 운영하는 팀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자부담을 신용대출이나 카드론으로 메우는 대표들도 있다.
다만 이 같은 자부담 비율이 최소한의 '검증장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은 "자부담 중 절반 이상을 현물로 충당할 수 있을뿐더러 현금 10%는 대표자의 사업 의지와 책임감을 검증하기 위한 최소장치"라고 바라봤다.
진짜 문제는 자부담 자체보다 그 이후 '정산 단계'에서 맞닥뜨린다는 증언도 나온다. 현물로 채워놓은 자부담 비율이 회계 기준과 맞지 않아 환수당했다는 사례들이 종종 나온다. 대표자 인건비 외에 연구개발비 등을 현물 자부담으로 계상할 때 회계 정산에 미숙한 스타트업 대표자들이 실수를 하면 나중에 보조금을 다시 토해낸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대표자 인건비만으로 현물 자부담 비율을 채우는 게 힘들어 이것저것 집어넣다 보면 나중에 환수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회계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자신이 없으면 현물 부분까지 상당 비중을 현금으로 자부담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에 나서기엔 자부담 비율이라는 '입구컷'이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온다"며 "최소한 청년이나 저소득 창업자에게만이라도 이런 자부담 비율을 면제해주는 예외조항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