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서울급 벤처투자는 변방 '무늬만 수도권' 인천의 눈물

최우영 기자
2026.07.09 12:00

서울·경기보다 열악한 창업·투자 환경
수도권 분류돼 각종 지역 혜택서 배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인천의 벤처·스타트업계가 '수도권' 족쇄에 묶여 시름하고 있다. 신산업 벤처투자의 변방 수준으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정부가 내놓는 다양한 지역투자 활성화 대책에서는 소외되고 있다. 수도권에 주어지는 규제는 또 고스란히 다 받는, 사실상의 '역차별'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에 명시된 '수도권'의 기준을 바꾸기 힘들다면 정부가 지원 정책을 시행할 때 관습적으로 구분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을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천의 벤처투자 환경이 서울, 경기와 같은 그룹으로 묶이기 민망한 수준으로 전락한 탓이다.

12대 신산업 분야 벤처투자 중 '2.2%' 차지한 인천

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산업 분야에 풀린 벤처투자금 5조2014억원 가운데 인천 비중은 1122억원(2.2%)에 불과했다. 같은 '수도권'으로 묶이는 서울(2조6041억원·50.1%), 경기(1조3939억원·26.8%)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비수도권 1위 대전(3913억원)의 3분의 1도 안된다.

인천이 벤처·스타트업의 불모지가 된 데는 다양한 배경이 있다. 우선 항만·공항·제조 등 '굴뚝·물류산업'으로 큰 도시다 보니 벤처투자가 몰리는 소프트웨어·딥테크 기반이 부족하다. 서울이 지닌 대학 인프라, 경기 판교가 지닌 인재·기업 집적지도 없어 창업 밀도를 높일 클러스터가 부족하다.

서울·경기와 가깝다는 것도 독이 됐다. 인천시 고위관계자는 "강남, 판교까지 1시간도 안 걸려서 갈 수 있다 보니 우수한 인천 인력들은 서울로 통근하고, 벤처기업은 스케일업할 때가 되면 인력과 시장을 좇아 서울로 옮긴다"며 "부산이나 대구처럼 멀면 자체 생태계라도 꾸리는데 인천은 어중간하다 보니 모든 자원이 흡수당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빨대효과'다.

엎친 데 덮치는 '수도권 규제'
지난해 9월 23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스타트업위크 2025를 찾은 관람객이 사출공장에서 사용하는 다품종 비전 검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벤처·스타트업을 키우기 가뜩이나 어려운 인천이지만 정작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여러 정부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비수도권 벤처·스타트업을 겨냥한 정부 지원책 상당수는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신설된 모태펀드 지역투자 의무에서도 인천 스타트업은 배제됐다. 중기부가 팁스(TIPS) 운영사를 선정할 때도 비수도권 투자사에는 가점(3점)을 주지만 인천 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비수도권 전용으로 설계된 규제자유특구·기회발전특구는 인천이 신청할 수조차 없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역시 인천 대부분의 지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인천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천에서도 강화·옹진 같은 곳은 인구 소멸을 걱정할 정도의 접경·도서지역인데도 단순히 '인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로 다른 비수도권 지역들이 받는 여러 정책 지원을 전혀 누릴 수 없다"며 "기계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는 방식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바꿀 게 아니라면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인천을 수도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1982년 만들어진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이다. 이 법 2조는 수도권을 '서울시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변 지역'으로 정의하고, 시행령에서 인천과 경기도 전역을 포함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등 각종 지원·규제 법령이 모두 이 법의 수도권 규정을 따른다.

이 법의 목적 조항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해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인재와 자본이 썰물처럼 흘러나가는 '투자 소외지역' 인천의 최근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집적 효과' 수혜는 없으면서 규제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당장 개정하기 힘들다면 중기부와 국세청의 벤처·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설계할 때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대신 '서울·경기-기타 지역'으로 구분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에 본사를 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인천 투자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초기 투자자들을 지역에서 만나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스타트업이나 초기 투자 지원책을 만들 때 인천을 수도권으로 일괄 분류하는 대신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정책 대상을 구분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