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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우주용 반도체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습니다."
정성근 엠아이디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만나 "현재 국내 우주산업은 1970~1980년대 한국 전자산업과 닮아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0~1980년대 국내 기업들은 TV와 라디오 등 완제품은 자체 생산했지만 메모리와 CPU 등 핵심 전자부품은 대부분 일본산에 의존했다. 이후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며 결국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국내 우주산업 역시 해외 부품으로 위성을 조립하는 단계를 넘어,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까지 직접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정 대표는 "한국이 메모리와 전자부품을 자체 개발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했듯 우주산업도 EEE(전기·전자·전기기계) 부품과 우주용 반도체를 국산화해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설립된 엠아이디는 국내 최초 우주용 전자부품 전문기업이다. 해외 우주부품 조달부터 시험·평가(CPPA), 품질 인증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CPPA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은 우주용 반도체를 직접 개발·생산하는 데 투입된다.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CPPA 사업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 기술 개발을 이어가는 전략을 택한 것.
우주용 반도체 국산화 도전은 이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엠아이디는 국내 최초로 밀폐형 세라믹 패키지 기반의 우주용 메모리 '16Mbit SRAM(정적 램)'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제품은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국산 소자·부품 검증위성 1호에 탑재됐으며, 우주항공청으로부터 '우주신기술'로 지정받았다. 현재는 비밀폐형 에폭시(플라스틱) 몰딩 패키지 기반의 우주용 128Gbit 이상 대용량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올 하반기 누리호 5차 발사에 탑재되는 초소형 위성 '대전샛-1'에 적용될 예정이다.
정 대표가 우주부품 국산화에 뛰어든 배경에는 위성 시스템 기업 쎄트렉아이에서 18년간 위성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인공위성용 대용량 메모리 저장장치 개발을 담당했다. 위성이 촬영한 지구 관측 영상은 곧바로 지상으로 모두 전송할 수 없다. 위성 내부 메모리에 우선 저장한 뒤 지상국과 교신할 수 있는 시점에 내려보내야 한다. 고해상도 영상일수록 데이터 용량이 커지는 만큼 위성에는 대용량·고신뢰성 메모리 저장장치가 필수적이다.
위성용 저장장치를 반복적으로 개발하면서 정 대표는 우주용 메모리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역할도 맡게 됐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우주부품 제조사들이 국내에서 우주용 메모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쎄트렉아이에 자사 제품의 국내 공급과 기술지원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사업을 받아들인 정 대표는 해외 우주부품을 국내 기업에 유통하면서 국내 우주산업의 구조적인 한계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정 대표는 "위성을 자체적으로 설계·조립해 국산화했다고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다면 완전한 국산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내 우주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자체 부품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사업은 사내에서 'MID(Middleman)'라는 코드명으로 불렸다. 해외 제조사와 국내 위성기업을 연결하는 기술 파트너라는 의미였다. 당시 기술지원을 담당했던 정 대표와 구매 업무를 맡았던 서진호 현 부사장(전 엠아이디 공동대표)은 훗날 이 이름을 그대로 회사명으로 사용해 엠아이디를 공동 창업했다.
정 대표는 "처음 회사는 해외 우주부품과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지만 현재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그 의미도 확장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우주 공급망의 '허브'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세라믹 패키지 기술은 엠아이디가 가장 큰 승부를 걸고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에폭시) 패키지보다 내열성과 내방사선성이 뛰어나 장기간 운용되는 우주 임무에 주로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운용 기간이 3~5년인 저궤도 위성에는 플라스틱 패키지도 사용되지만 7~10년 이상 운용하거나 15년 안팎의 수명이 요구되는 정지궤도 위성에는 세라믹 패키지가 주로 쓰인다.
현재 글로벌 세라믹 패키지 시장은 일본 교세라와 니테라 등 일본 기업들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우주용 세라믹 패키지 기술도 이들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엠아이디는 최근 우주용 세라믹 패키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파일럿 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말 생산시설을 완공한 뒤 내년부터 양산 안정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일본 중심의 글로벌 세라믹 패키지 공급망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157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확보한 자금은 대전 평촌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우주항공 패키지 제조라인 구축과 HTCC(고온 동시소성 세라믹) 패키지 양산 공정 고도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현재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메모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듯, 앞으로 우주용 데이터센터와 인공위성 수요가 늘어나면 그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도 빠르게 증가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국산화해 AI 시대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떠올랐듯 우주산업에서도 결국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