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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 3사(한국과학기술지주·연세대기술지주·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출범한 가운데, 이들이 실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기획·투자·의사결정을 아우르는 실행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열린 '2026 공공기술사업화 컨퍼런스(PTC 2026)' 특별세션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술사업화 폴리시 코-랩(Policy Co-Lab)'에서는 '딥테크 사업화를 위한 학·연·민간 협력 거버넌스'를 주제로 이 같은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토론 좌장은 김호원 한국기술사업화협회 회장이 맡았으며, 김태규 아이파트너즈 대표, 홍성관 NST 기술사업화부장, 손수정 STEPI 시스템혁신본부장, 윤기동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부대표, 김훈배 연세대기술지주 전무,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가 참여했다.
먼저 손수정 본부장은 "민간을 제외하고 공식 지정된 기술지주회사가 100여 곳인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스타 브랜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에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요구하면서 정작 이들을 키워낼 기술사업화 전문회사에는 글로벌 수준의 성공 사례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손 본부장은 "딥테크 스타트업에는 유니콘이 되라고 하면서, 이들을 키우는 기술사업화 전문회사에는 유니콘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 제도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사업화는 실험실의 발명을 시장의 혁신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개별 지원사업을 넘어 자원과 역량을 연결하고 스케일업 경로를 설계하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예산서에서 확인되는 기술사업화 지원제도가 1330여 개에 이른다는 자체 집계를 소개하며 "정부가 노력은 많이 했지만 긴 호흡으로 가는 사업이 없고, 대부분 단발성·소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지정된 종합전문회사가 초기 기획부터 투자까지 책임지는 '중간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본부장은 "무거워진 대한민국의 기술사업화 체계는 오히려 다이어트가 필요하고, 실제 활동할 수 있는 주체의 근육을 키워야 할 때"라며 "3개 기관이 5년간 간섭받지 않고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란 듯이 시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 R&D(연구·개발) 35조원 시대에 걸맞은 실질적 경제·사회적 임팩트 창출에 대한 기대가 큰 시점"이라며 "이번 기술사업화전문회사 모델이 산·학·연·관의 유기적 협력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새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패널들은 기술사업화 병목이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사업화로 넘어가는 연결 지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홍성관 NST 기술사업화부장은 "공공·대학·민간 전문회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가치사슬의 약한 고리를 보완하는 관계"라며 NST 역시 개별 기술이전조직(TLO)을 대체하기보다 대형성과 기획, 고난도 기술이전, 창업·성장 지원 등 공통 플랫폼 역량을 지원하는 '어시스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화 시작점을 R&D 종료 이후가 아닌 연구 기획 단계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부장은 "세 기관 모두 연구가 끝난 성과에서 사업화를 시작하는 데, 완성된 성과를 사업화하기에는 성공률이 떨어진다"며 "R&D 기획 단계부터 시장 수요와 연구 목표를 정렬하는 과정이 효율을 크게 높인다"고 강조했다.
그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NST가 12년간 운영한 융합연구단 사업이다. R&D 선정 단계부터 권리·사업화 전문가가 연구단에 배치돼 밀착 지원한 결과, 종료된 18개 과제에 68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돼 2300억원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기술사업화가 본격화될수록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성이 떨어졌을 때 누가 중단 여부를 결정하고, 그 책임을 질 것인가다.
김호원 회장은 "KST가 투자·지원한 기업이 1년쯤 뒤 사업성이 나빠졌을 때 철수시켜야 한다면, 그 결정권은 KST와 연구자 중 누구에게 있느냐"고 물었다.
윤기동 KST 부대표는 "통상의 룰을 단정하기보다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윤 부대표는 "창업은 통계적으로 1000개 중 1개가 성공하는 방식인 만큼, '성실 실패'를 용인하며 잠재력을 끌어내는 롱텀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권한과 책임의 설계다. 김 회장은 "결국 KST의 성과 평가와 연결되는 문제"라며 "기관 간 의사결정 주체와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대학 역시 창업과 연구자의 역할을 둘러싼 고민을 안고 있다. 김훈배 연세대기술지주 전무는 "창업은 창업자의 의지와 사적 영역이 커 대학이 관여하기 어렵다"면서도 "교원이 반드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야 하느냐를 두고, 교수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만 하도록 하는 내부 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원 참여 기업의 3년 뒤 재승인 제도와 관련해선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은 승인하지 않고 연구 복귀나 학생 창업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투자를 받은 기업은 투자계약 때문에 대학이 창업 중단을 결정하기 어려워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화 주체별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태규 아이파트너즈 대표는 공공기술 사업화의 핵심을 기술 자체보다 시장검증부터 투자, 글로벌 확장까지 이어지는 '전환 책임' 구조 라고 진단했다.
그는 종합전문회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자가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정확히 짚었는지 함께 고민하고, 외부 전문가와 조율해 시장 진입 프로세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액셀러레이터는 시장의 언어를 공공기술 사업화와 연결하는 '번역자'가, 기술지주회사는 '거버넌스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딥테크, 인공지능(AI) 분야는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사업화하기 어려운 만큼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공공기술과 기업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대기업에서 나온 기술은 시장 적합성은 좋지만 차별성이 아쉽고, 대학·출연연 기술은 시장과 떨어져 있어 '한 방'이 있는 대신 시장까지 가는 비용이 크다"며 "이 둘을 잘 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포스코와의 협업,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사례 등을 소개하며 "산업계 이슈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도 연구자가 큰 목표를 장기간 추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