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공간이 기업 생존 좌우 안 해…아젠다로 묶고 AI로 딜 흐름 봐야"

경주=류준영 기자
2026.08.28 05:45

'2026 공공기술 사업화 컨퍼런스(PTC Korea 2026)-STEPI-NST 기술사업화 Policy Co-Lab'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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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사진=STEPI

"특허, 보육 공간 등 기술·인프라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창업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27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2026 공공기술 사업화 컨퍼런스(PTC Korea 2026)' 특별세션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술사업화 폴리시 코-랩(Policy Co-Lab)'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학·출연연의 우수 기술이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기술 부족'이 아닌 '시장 실행 역량과 전문가 네트워크 부족'에서 찾았다.

기술이 병목 아니다…사업화 성패 '시장 대응력'

그는 대학 스핀오프 기업의 성장 장애 요인을 분석한 연구자료를 인용하며 "상위권에 꼽힌 장애 요인은 마케팅·영업 역량, 현금흐름, 불확실성 대응 등 시장·자본·운영 요인이었다"며 "기술 자체는 병목으로 인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요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영국 대학 스핀오프 870개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하거나 이사진이 창업·경영 경험을 갖춘 경우, 또 기술이전조직(TTO)에 행정이 아닌 사업화 경험이 쌓인 경우 생존율이 높았다. 반면 보육 공간이나 사이언스파크 같은 물리적 인프라는 기업 생존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고, 특허 수 역시 생존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창업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예전에 창업하면서 개인적으로 특허를 30건 가까이 냈지만 실제 사업에 직접 기여한 것은 서너 건 정도였다"며 "시장에서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먼저 서고, 그다음에 나온 특허가 좋은 특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학계는 기술의 '신규성'을, 산업계는 '시장 적합성'을 본다는 관점 차이를 지적하며 기술성숙도(TRL) 체계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업화의 변곡점은 TRL 4에서 5로 넘어가는 구간인데, 시장 유사 환경을 연구자가 자의적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구조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될 기술은 빠르게, 안 될 기술은 빨리 멈춰야"

이 대표가 강조한 또 하나의 핵심은 '판단 속도'다. 그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고객검증 프로그램 '아이코어(I-Corps)'를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며 "사업 중단(No-Go) 판단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이 일반 기술사업화 지원에서는 1590일이었지만 아이코어에서는 777일로 절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될 기술을 빠르게 찾는 것만큼, 안 될 기술에 공공 자원이 오래 묶이지 않도록 빨리 멈추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이런 판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던 한 AI 서비스 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억5000만원에 그쳤다"며 "예전에는 매출이 반토막 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수십분의 1로 순식간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시장 수용성이 낮은 연구자를 억지로 바꾸려 애쓰기보다는 "변화의 조짐이 없으면 손을 떼고, 그 시간을 더 열정 있고 수용성 강한 창업팀에 쏟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경험도 전했다.

아젠다 중심 커뮤니티

이렇게 가려낸 팀을 키워내는 방식에서 블루포인트의 색깔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블루포인트의 첫 번째 방법론은 '아젠다 중심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액셀러레이터의 핵심을 '피어러닝(동료학습)'으로 규정하면서 "딥테크에서는 주제(아젠다)별로 정교하게 커뮤니티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가 에너지·기후 커뮤니티 '클리마살롱'이다. 3년간 11회에 걸쳐 누적 930명이 참여했고, 구성도 기업 32%, 스타트업 29%, 투자사 24%, 연구계 10%로 고르게 짜였다. 이들은 분기마다 모여 기술과 시장, 자본을 교류한다. 블루포인트는 이 밖에 AI, 양자, 원자력·핵융합, 방산 등에서도 아젠다형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벤처스튜디오…AI로 딜 흐름 관리

두 번째 방법론은 벤처스튜디오, 즉 컴퍼니빌딩이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에 돕는 것보다 창업 이전부터 함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전 세계 벤처스튜디오가 2000곳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통계를 들어 벤처스튜디오가 배출한 스타트업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이 53%로 일반 스타트업(21.3%)을 크게 웃돌았고, 창업부터 시리즈A까지 걸린 기간도 25.2개월로 일반 스타트업(56개월)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운영 효율화 수단으로 자체 개발 시스템 '레티스(Lattice)'도 소개했다. 연 3000건이 넘는 투자 검토 요청 가운데 실제 투자는 100건 중 1~2건에 그치는 상황에서, AI가 블루포인트의 심사 관점을 학습해 1차 평가와 심사역 배정, 데이터베이스 자동 정리를 수행한다.

레티스는 투자 기업의 분기 보고를 바탕으로 최고경영진 퇴사나 자본잠식 우려 같은 이상 징후를 감지해 알리고, 후속 투자자가 조건별로 기업 매칭을 요청하면 여기에도 대응한다.

이 대표는 "결국 대학·출연연의 연구자와 이들을 돕는 조직, 그리고 시장 전문성을 갖춘 자본·대기업을 초기부터 아젠다 중심으로 묶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여기에 AI와 데이터를 접목해 더 정교하고 밀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PTC Korea 2026'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KARIT)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와 공동TLO마케팅사무국 등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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