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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에 기회가 보인다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법인부터 설립하는 것은 큰 위험이다.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시장에서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
마니칸탄 크리슈나무르티(Manikantan Krishnamurthy) 구글 아시아태평양 개발자 생태계 총괄은 16일(현지시간) 열린 '2026 창구 이머전 트립' 계기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 스타트업의 동남아시아 진출 전략과 관련해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구글에서 10년 넘게 개발자 생태계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앞서 삼성전자에서 3년간 근무하며 한국에서 개발한 서비스를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출시한 경험도 있다.
그는 "현지 법인 설립이나 핵심 인력 채용은 생각보다 긴 과정"이라며 "충분한 시장조사와 사업 검증 없이 뛰어들면 3개월 또는 6개월 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이 제시한 법인 설립의 첫 번째 조건은 해당 시장에서의 '명확하고 실질적인 기회'다. 단순히 인구가 많거나 시장 성장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는 "실제 고객 반응과 제품시장적합성(PMF), 수익화 가능성을 확인한 뒤 조직과 법인을 확장해야 한다"며 "초기에는 핵심 팀과 기반을 한국에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일정 수준의 성공을 확인하고 동남아에서 분명한 기회가 포착됐을 때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진입 이후의 운영계획도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12~18개월 동안 현지 영업·마케팅 조직이 필요한지, 어느 국가에서 고객을 확보할 것인지, 지역 단위의 사업으로 확장할 것인지 등을 사전에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여러 동남아 국가를 동시에 공략할 때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와 VC(벤처캐피탈), 주요 의사결정자가 몰려 있다"며 "법인 설립과 자금 조달 등 행정 절차도 상대적으로 간편하다"고 했다.
다만 동남아 진출을 곧 싱가포르 법인 설립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베트남 한 곳만 목표로 한다면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베트남에 직접 법인이나 거점을 두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동남아 VC가 한국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품는 의문은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을 현지에서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남아는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국가마다 언어와 문화, 결제수단, 구매력, 규제가 다르다"며 "한국에서 성과를 낸 기업이라도 현지 이용자를 이해하고 제품을 다시 설계하는 역량을 입증하지 못하면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투자자의 기준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이용자 수와 다운로드 증가 등 외형적 성장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에는 명확한 수익성 경로와 고객 유지율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한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기술적 진입장벽도 핵심 요소"라며 "단순한 'AI 래퍼(빅테크의 AI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것)'가 아니라 경쟁자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깊이 있는 기술과 확장 가능한 해자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라는 것 만으로도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쌓아온 품질 신뢰도가 현지에서 '소프트 랜딩'을 돕는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후광은 진입 단계의 신뢰를 높일 뿐 최종 성패는 현지 실행력이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현지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선 '막연한 전문가'가 아니라 파트너에게 기대하는 목표부터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인 설립과 인허가가 필요한 것인지, 고객 확보와 유통망 구축이 목적인지, 투자자 연결이 필요한지에 따라 적합한 파트너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크리슈나무르티 총괄은 "창업자의 개인적 판단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존 투자사와 현지 VC, 글로벌 기업, AC(액셀러레이터), 창업자 커뮤니티와 멘토 등 활용 가능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파트너가 창업자와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이해관계만 맞는 관계가 아니라 사업이 성장한 뒤에도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성장 단계와 시장 전략이 달라지면 기존 파트너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현지 채용과 관련해선 시장 경험과 문화적 적합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봤다. 그는 "동남아에서 유사 사업을 확장해 본 인재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본사와 현지 조직을 잇는 가교 역할도 수행한다"고 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좋은 인재가 많다는 것과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적합한 인재를 찾고 서로의 기대를 확인하는 데 최대 두 달가량은 충분히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제품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법인과 팀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목표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회를 검증한 뒤 현지 기업처럼 움직일 준비가 됐을 때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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