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는 우주'서 '쓰는 우주'로…글로벌 자금, 우주 인프라에 몰렸다

'쏘는 우주'서 '쓰는 우주'로…글로벌 자금, 우주 인프라에 몰렸다

최태범 기자
2026.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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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타트업씬] 9월 2주

[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VC(벤처캐피탈)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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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광 위성군 파이어플라이(Firefliy) /사진=픽셀
초분광 위성군 파이어플라이(Firefliy) /사진=픽셀

글로벌 우주산업의 투자 무게중심이 발사체에서 '발사 이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로켓을 더 싸고 자주 쏘는 경쟁을 넘어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송하며, 궤도에서 생산된 물자를 지구로 가져오는 인프라 기술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발사체 자체가 아닌 우주 데이터를 수집·처리하거나 우주와 지구를 잇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발사 비용이 낮아지고 우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무엇을 타고 우주에 갈 것인가'보다 '우주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새로운 투자 화두로 떠올랐다.

구글이 찍은 인도 '픽셀', 1억달러 유치…IMM인베스트먼트도 참여
픽셀의 아와이스 아메드 대표(왼쪽)와 크시티즈 칸델왈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진=픽셀
픽셀의 아와이스 아메드 대표(왼쪽)와 크시티즈 칸델왈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진=픽셀

구글이 투자한 인도 우주 스타트업 픽셀(Pixxel)은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인도 우주기술 기업이 단일 투자 라운드에서 조달한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라운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영국 우주기술 전문 투자사 세라핌이 공동 주도했다. 360 ONE 애셋과 IMM인베스트먼트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고 기존 투자자인 래디컬벤처스, 그로우엑스벤처스, M&G 캐털리스트 등도 참여했다.

픽셀의 핵심기술은 지구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을 수백 개 파장대로 나눠 분석하는 초분광 영상이다. 일반 광학위성이 산과 바다, 건물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초분광 위성은 지표면을 구성하는 물질의 고유한 특성까지 구분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농작물 질병이나 토양 상태, 산림 훼손, 해양 오염, 광물 분포, 메탄가스 누출 등을 우주에서 찾아낼 수 있다. 픽셀은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지구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행성 건강 모니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픽셀은 지난 2년 동안 초분광 위성 '파이어플라이' 6기를 궤도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해상도의 상업용 초분광 위성군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위성이 확보한 데이터를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도록 돕는 지구정보 소프트웨어 '오로라'도 운영 중이다.

사업 영역은 민간을 넘어 정부와 국방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픽셀은 NASA(미국항공우주국) 및 미국 국가정찰국(NRO)과 계약했으며, 인도 국방부의 국방혁신 프로그램에서도 여러 사업을 수주했다.

픽셀은 이번 투자금을 차세대 초분광 위성 '허니비' 개발과 인도·미국의 위성 생산시설 확장에 투입한다. 내년 첫 발사가 예정된 허니비에는 단파적외선 센서가 적용된다. 향후 SAR(합성개구레이더)과 초고해상도 광학 센서까지 추가해 종합 지구정보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유럽판 스페이스X 노린다…TEC, 4.5억달러 투자유치
재사용 가능한 우수 화물 캡슐 '닉스' /사진=TEC
재사용 가능한 우수 화물 캡슐 '닉스' /사진=TEC

유럽 우주 스타트업 TEC(더익스플로레이션컴퍼니)는 4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유럽 우주기업의 시리즈C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EU에 본사를 둔 여성 창업자 기업이 받은 투자로도 가장 큰 금액이다.

이번 라운드는 베세머벤처파트너스와 아토미코, EQT가 운용하는 스케일업유럽펀드가 공동 주도했다. 발더톤캐피탈, 플루럴, 체리벤처스, 레드리버웨스트 등 기존 유럽 투자자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TEC는 에어버스에서 유럽 우주수송 사업을 이끌었던 엘렌 위비가 2021년 독일·프랑스 우주 전문가들과 설립했다. 유럽과 미국, UAE(아랍에미리트)를 연결하는 우주수송 기업을 표방하며 현재 550명 이상의 인력을 두고 있다.

핵심 제품은 재사용 우주캡슐 '닉스(Nyx)'다. 닉스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민간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송한 뒤 실험 결과물과 장비를 싣고 지구로 귀환하도록 설계됐다. 특정 로켓에 종속되지 않는 발사체 중립형 구조로, 장기적으로는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우주로 화물을 보내는 수단은 늘고 있지만 이를 안전하게 지구로 가져오는 능력은 여전히 일부 국가와 기업에 집중돼 있다. 우주정거장과 미세중력 제조시장이 확대되면 우주에서 만든 반도체·바이오 소재 등을 회수하는 귀환선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다.

TEC는 이번 투자금을 재사용 고추력 로켓엔진 '스톰(Storm)' 개발에 투입한다. 스톰은 액체산소와 바이오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완전유량 다단연소 방식의 엔진이다. 닉스가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화물선'이라면 스톰은 이를 우주로 올리는 '운송수단'인 셈이다.

궁극적으로는 스페이스X 중심으로 짜인 우주수송 시장에서 유럽이 독자적인 발사·운송·귀환 체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엘렌 위비 창업자는 "유럽에 필요한 재사용 발사체용 추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위성이 우주에서 생각한다"…프랑스·UAE, 10억달러 베팅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프랑스와 UAE는 위성이 우주에서 관측 정보를 직접 분석하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UAE 우주기업 말란스페이스와 위성 인프라 스타트업 로프트오비탈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알테어 넥스트젠(Altair-Next Gen)'을 구축하기로 했다.

양측은 파리에서 열린 국제우주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추진안에 서명했다. UAE의 자본과 위성 생산능력, 프랑스와 유럽의 우주 공급망, 미국의 광학위성 기술을 결합하는 다국적 프로젝트다.

1단계 목표는 레이더와 광학 센서, 온보드 AI를 갖춘 위성 50기를 궤도에 배치하는 것이다. 첫 위성 10기는 UAE 아부다비의 오비트웍스 공장에서 이미 생산 중이다. 첫 AI 위성 발사는 오는 10월로 계획됐다.

기존 지구관측 위성은 촬영한 원본 데이터를 지상국으로 전송한 뒤 분석한다. 위성이 지상국을 통과하는 시간과 통신 가능 여부에 따라 실제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시간이 걸릴 수 있다. 산불이나 재난, 군사적 위협처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지연이다.

알테어 넥스트젠은 위성에 탑재된 AI가 궤도에서 영상을 먼저 분석한다. 산불이나 선박의 이상 움직임, 항만과 핵심 기반시설의 위협을 포착하면 대용량 원본 영상 대신 사건의 내용과 위치, 판단 결과만 수초 안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는 위성에 탑재되는 AI 모델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자연어로 위성에 임무를 지시할 수 있고, AI는 레이더와 광학 센서가 포착한 정보를 결합해 필요한 결과를 추론한다.

여러 사업자가 개발한 AI 모델을 골라 사용할 수 있는 'AI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도 구축한다. 하나의 위성군에서 해양 감시와 산불 탐지, 재난 대응, 항만 보호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지구관측 기업 블랙스카이도 컨소시엄에 참여해 초고해상도 광학 위성 기술을 공급한다. 프랑스 재사용 발사체 스타트업 마이아스페이스는 발사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대로 우선 발사 파트너를 맡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UAE는 위성과 관련 서비스를 구매하는 국가에서 직접 제조·운영하고 해외에 서비스를 판매하는 국가로 전환하려 한다"며 "프랑스는 자국을 중심으로 AI와 위성, 발사체를 연결하는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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