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AI 네이티브' 기업 모인 자리서…'깨달음' 전한 K-스타트업

싱가포르=최태범 기자
2026.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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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우리의 첫 가설은 완전히 틀렸다. 사람들은 캐릭터와 대화하고 있던 게 아니라 AI(인공지능)가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17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구글 'AI 앱 데이' 창업자 대담에서 "AI 스토리텔링 플랫폼 '제타(Zeta)'로 국내 1위에 올랐고 일본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앱 데이는 AI 네이티브 앱 비즈니스를 이끄는 창업자와 임원급 의사 결정권자를 대상으로 마련됐다. 개발사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비즈니스를 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올해 150여개 기업이 참석했다.

이날 대담에는 김 대표와 함께 제이든 셰 픽스버스(PixVerse) 공동창업자, 랄리스 구디파티 대시버스(Dashverse) 공동창업자, 얄친 외즈데미르 앱네이션(AppNation) 공동창업자가 패널로 참여해 AI 앱의 모델 전략과 수익화, 이용자 확보 노하우를 공유했다.

김 대표는 "창업 15년 차라 이 자리에서 나이도, 회사 업력도 가장 많다"며 "AI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인 2017~2018년 트랜스포머 논문이 나왔을 때부터 버트(BERT)·로버타(RoBERTa) 같은 초기 딥러닝 모델을 직접 만들어 왔다"고 소개했다.

스캐터랩의 첫 제품은 소셜 AI 챗봇 '이루다'였다. 제타를 시작할 때도 회사의 가설은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학습시켜 좋은 대화를 나누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초기 데이터가 이러한 가설을 뒤집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전 컴패니언(챗봇 형태) 앱의 하루 이용시간은 15~20분이었다. 메신저에 친구가 한 명 있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수치"라며 "그런데 제타는 모델 성능이 좋지 않던 초기부터 하루 1시간~1시간30분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핵심은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까지 모든 이야기는 인간 창작자가 만들었지만, 이제는 머신러닝과 AI, 그리고 이용자가 직접 연기하는 주인공이 결합해 몰입도 높은 역동적 서사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수익화 두려워 말라…광고간격 30분→7분에도 이탈 無"
/사진=최태범 기자

AI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 이용자들의 높은 체류시간은 곧 추론 비용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김 대표는 이를 '2단계 전략'으로 풀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용자의 80%는 무료 이용자다. 광고로 벌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으니 추론에 쓸 수 있는 돈도, 쓸 수 있는 모델 크기도 정해진다"며 "결국 문제는 '그 한계 안에서 얼마나 많은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였고 지난 2년간 여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지금 스캐터랩의 경쟁 우위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우리 모델은 매우 싸고 매우 효율적이면서도 성능은 10배, 100배 큰 모델과 견줄 만하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한 조언은 수익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제품이 있다면 광고든 인앱결제든 수익화를 겁내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처음엔 플레이 도중 전면광고를 넣는 게 정말 두려웠다. 그래서 30분에 한 번, 15초짜리부터 넣어봤는데 리텐션(재방문율) 변화가 없었다"며 "25분, 10분, 7분까지 줄여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어 "이용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고 있다면 더 공격적으로 가도 된다. 그 에너지를 더 좋은 성능과 더 좋은 제품에 쓰는 편이 낫다"며 "클로즈드 모델, 롱테일 모델, 자체 모델 등 다양한 모델을 훨씬 더 많이 실험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패널들의 진단도 김 대표와 결을 같이했다. 구디파티 대시버스 창업자는 "크레딧 기반에서 정액 구독으로 과금 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라며 "사용량 과금은 이용자가 '이걸 눌러도 될까'를 계산하게 만들어 실험을 막는다"고 했다.

외즈데미르 앱네이션 창업자는 "복잡한 모델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만능 앱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평범한 사람이 매일 쓸 구체적 용도를 찾아 앱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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