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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오히려 작은 게임사에는 기회입니다. 대기업에서 30여명이 1년 반 동안 만들 게임을 6명이 6개월 만에 출시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매주 업데이트하며 실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김미림 언더독스 대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2026 창구 이머전 트립'에서 기자들과 만나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소규모 개발사도 빠르게 게임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월 설립된 8개월차 기업 언더독스는 6명의 인력으로 4X 전략게임(SLG) '폴라리스 크라운 레거시'를 개발해 7월 출시했다. 4X는 △탐험(Explore) △확장(Expand) △개발(Exploit) △말살(Exterminate) 등의 핵심 요소로 이뤄진 게임 장르를 일컫는다.
이 게임은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누적 다운로드는 1만건을 넘어섰다. 매주 신규 이벤트와 콘텐츠를 선보이는 동시에 이용자 문의(CS)에도 즉각 대응한다.
김 대표는 "AI가 없었다면 6개월 안에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고 출시했더라도 지금처럼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기업은 AI를 도입해도 기존 인력·업무구조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지만 작은 팀은 효율을 최우선으로 두고 처음부터 업무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고 했다.
출발지를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로 정한 데 대해선 "대규모 이용자가 동시에 몰리는 한국은 서버 안정성과 운영 역량을 검증하기에 부담이 크다"며 "외부 투자 없이 작은 시장에서 이용자 반응을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언더독스 외에 '연탄후라이 키우기' 게임을 운영하는 스테어즈, 급여·출퇴근 관리 앱 '기그' 운영사 커넥트핏도 AI를 기반으로 운영을 효율화하며 '작고 빠른 조직'을 앞세워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구글플레이가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닦았다. 언더독스와 스테어즈는 올해 진행 중인 창구 8기에 선정됐고, 커넥트핏은 창구 1기 출신이다.
정유진 스테어즈 대표는 게임사 경력 없이 뱅크샐러드에서 약 8년 반 동안 서비스 개발자로 일한 뒤 1인으로 게임 개발에 나섰다. AI를 활용해 2개월 만에 초기 버전을 출시했으며, 누적 다운로드는 약 3만건이다.
연탄후라이 키우기 게임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회사에서 해고된 인물이 연탄불에 음식을 구워 팔면서 재기를 도모하고, 과거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상황을 역전시킨다는 이야기를 방치형 게임으로 풀었다.
차별점은 단순히 수치를 높인 뒤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일반적인 방치형 게임의 구조에서 벗어난 데 있다. 일정 수준까지 환생을 거듭하면 포장마차가 커지고 새로운 장소와 이야기가 열린다. 성장의 결과가 화면과 스토리에 함께 반영되는 방식이다.
한국적인 정리해고·자영업 서사지만 일본에서도 예상 밖의 반응이 나타났다. 일본 이용자는 전체 DAU(일간활성이용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정 대표는 "일본도 다른 삶을 꿈꾸는 감성이 있다"며 "이세계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테어즈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있다. 단순 번역이나 상품 가격 조정에 머무르지 않고 게임의 그래픽과 조작 방식, 표현이 현지 이용자에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단기 목표는 이용자의 LTV(생애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월 1만달러(약 1400만원)의 수출액을 달성한다는 비전이다. 인력을 곧바로 늘리기보다는 운영 정책과 고객 응대를 먼저 시스템화한다는 구상이다.
커넥트핏도 AI를 기반으로 조직을 5명까지 슬림화하면서 연매출 10억원과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단순 이용자 수보다 고객 한 명이 만드는 매출과 이익을 중시하는 '유닛 이코노미' 중심의 성장 전략을 택했다.
김태민 커넥트핏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10명 이하의 조직도 매출 100억원, 나아가 1000억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인력을 빠르게 확대하기보다 소수정예 조직으로 매출과 이익을 함께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기그는 아르바이트생과 초단기 근로자가 자신의 근무 일정과 예상 급여를 관리하고, 사업주는 출퇴근 기록과 급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 MAU(월간활성이용자)는 약 15만명이다. 누적 제휴 사업장은 4만곳이며 컴포즈커피 전체 가맹점의 약 20%가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앱 업데이트 횟수는 718회에 달한다. 특히 사업주 고객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팅보다 전화 상담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김 대표가 직접 전화를 받고 개인 연락처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별도 마케팅 없이 베트남어 이용자가 늘었다. 관련 MAU는 5만명으로, 이 가운데 1만명이 베트남 현지 이용자이고 4만명은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근로자다. 앱을 여러 언어로 번역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국내 외국인 근로자 시장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 현지 이용자가 계속 늘고 문의도 쌓여 이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단계가 됐다"며 "AI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현지 문화와 이용 배경을 직접 확인하고 수익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창업자가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창구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언더독스는 구글 전문가로부터 캠페인 설정과 광고 단가 조정, 국가별 벤치마크 지표와 현지화 전략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김미림 대표는 "마케팅 단가가 갑자기 오르면 설정이 잘못된 것인지, 시장 상황 때문인지 작은 개발사가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며 "전문가가 '설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 주는 한마디만으로도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테어즈는 구글 클라우드와 광고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직접 소통하고, 지원금을 인건비뿐 아니라 마케팅·클라우드 비용에 유연하게 쓸 수 있었던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창구를 통해 첫 퍼블리셔 계약도 맺어 마케팅 테스트의 규모를 키웠다.
커넥트핏은 마케팅 지원을 바탕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가장 큰 전환점은 애드몹 컨설팅이었다. 광고가 이용자 경험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로 도입에 소극적이었지만 전문가의 설계와 조언을 받은 뒤 광고를 적용했고, 이는 현재 구독과 함께 주요 매출원이 됐다.
김태민 대표는 "개인적 성향이 광고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라 광고 수익모델에도 비관적이었다"며 "상담을 통해 생각보다 이용자의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용기를 얻었고, 광고를 도입한 뒤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을 적극 요청하고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창구를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창구에 선정되려면 앱이 기존 웹서비스의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와 매출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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