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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시장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장 건강'에서 체지방 감소와 면역력 강화 등 특정 기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유산균의 수나 장내 생존 여부를 넘어 어떤 효능을 제공하는지 따지기 시작하면서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체지방 감소와 항염 대사를 동시에 겨냥한 유산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종근당의 대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인 '락토핏' 개발과 사업화에 참여했던 조경원 대표가 설립한 기능성 바이오 소재 기업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다.
지난해 2월 설립된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는 자체 특허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DH24'를 기반으로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소재를 개발한다. 최근 기술보증기금이 주도하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블루포인트)와 와이앤아처 등이 참여한 12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시드투자에 나선 블루포인트는 조경원 대표의 경험과 사업화 역량에 주목했다. 조 대표가 종근당에서 락토핏 등 유산균 제품의 R&D뿐 아니라 생산과 사업화, 판매 전략까지 폭넓게 경험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문수빈 블루포인트 책임심사역은 "연구부터 사업화와 영업까지 유산균 제품의 전체 밸류체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며 "좋은 소재 발굴뿐 아니라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와 임상, 생산 조건이 필요한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다.
기술창업 기업은 우수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도 임상과 인허가, 양산, 판매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조 대표는 연구 결과를 제품과 매출로 연결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문 심사역은 "건기식을 사업화하려면 임상 전 단계에서 어떤 데이터를 확인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생산 규모와 원가, 판매 채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조 대표는 연구를 넘어 실제 제품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첫 투자 미팅 당시부터 기술의 효능뿐 아니라 구체적인 임상시험 계획과 출시 이후의 판매 전략까지 준비해 온 점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균주가 이런 효과를 보였다'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며 "임상시험을 어떻게 설계하고 이후 어떤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판매할 것인지까지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의 핵심 균주인 DH24는 체지방 감소 기능에 초점을 맞춘 유산균이다. 일반적인 유산균 제품이 장 건강 전반을 강조한다면 DH24는 특정 기능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최근 유산균 시장에서는 모유 유래 유산균 'BNR17'처럼 체지방 감소 등 명확한 기능성을 내세운 제품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장 건강이라는 포괄적 효능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시장이 기능별로 세분화하는 추세다.
문 심사역은 "유산균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이제는 단순히 '장 건강에 좋다'는 설명보다 면역력 강화나 체중 감소처럼 특정 기능을 가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DH24는 체중 감소라는 지점을 명확하게 겨냥했다"고 강조했다.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는 쥐를 활용한 비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가능성을 확인했다. 비만 상태에서는 낮은 수준의 염증이 지속되는 만성 염증과 연관된다는 점에 착안해 항염 관련 지표도 함께 검증했다.
문 심사역은 "DH24는 동물실험에서 체중 감소뿐 아니라 염증 관련 지표의 개선 가능성도 확인했다"며 "향후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효능이 입증된다면 단순한 체중 관리뿐 아니라 비만으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문제의 완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의약품과 같은 치료 효과를 주장할 수는 없지만 건기식 관점에서는 제품을 마케팅하고 브랜딩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는 DH24의 대량 생산을 위한 스케일업을 마쳐 양산 가능한 단계까지 도달했다. 생균 기반 체지방 감소 제품은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내년 말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부터 약 1년 동안 DH24 생균 제품의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험이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내년 11월 전후 본격적인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출시까지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사균을 활용한 제품도 준비 중이다. 사균은 유산균을 열처리 등으로 비활성화한 형태다. 살아 있는 균 자체뿐 아니라 균체 성분과 유산균이 만들어낸 대사물질도 기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 흐름을 반영했다.
사균은 생균보다 온도 변화에 강하고 유통과 보관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는 DH24를 활용한 젤리 형태의 제품을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심사역은 "유산균이 반드시 살아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균체 성분이나 유산균이 생성한 물질에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사균과 관련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균 제품은 임상과 기능성 확보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균 기반 젤리 제품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균 제품은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생균 제품은 유통 과정에서 온도와 보관 환경에 따라 균수가 감소할 수 있으나 사균은 살아 있는 균수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보관과 운송이 쉽다.
생균은 기온이 높은 국가에 제품을 장기간 운송할 경우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유통·포장 설비가 요구되는 반면, 사균은 콜드체인 구축 부담이 낮아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에 유리하다.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는 비만 인구가 많고 기능성 식품 수요가 높은 중동 지역 등을 주요 전략 시장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균 제품으로 해외 유통망을 먼저 확보한 뒤 생균 제품의 임상과 인허가가 완료되면 기능성 소재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문 심사역은 "생균은 더운 지역으로 운송하거나 장기간 보관할 경우 균수가 줄어들 수 있어 수출에 제약이 생긴다"며 "사균은 이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먼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루포인트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의 성장 방향은 일반 소비자 대상(B2C) 건기식 브랜드가 아닌 B2B(기업간거래) 기능성 소재 기업이다.
건기식 B2C 시장은 제품의 효능이나 기술력뿐 아니라 광고 모델과 홈쇼핑, 온라인 플랫폼 등 판매 채널 확보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이 대형 건기식 브랜드와 광고비 경쟁을 벌이는 것은 자본 효율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문 심사역은 "건기식 B2C 사업은 마케팅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제품의 효능보다 마케팅 방식이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도 있어 스타트업 투자 관점에서는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방향"이라고 했다.
조 대표도 자체 브랜드 중심의 B2C 기업보다는 기능성 소재를 발굴해 국내외 기업에 공급하는 B2B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해외 소재 기업들이 보유한 원료를 한국에서 임상·인허가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협력하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심사역은 "이번 투자는 단순히 DH24라는 유산균 하나만 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며 "유망한 기능성 소재를 선별하고 임상과 인허가, 생산, 판매로 연결하는 조 대표의 역량 자체에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는 앞으로 자체 발굴한 균주와 외부의 유망 소재를 파이프라인에 추가하며 기능성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품 판매 외에도 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과 개별 소재의 기술이전·매각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검토한다.
문 심사역은 "글로벌 대형 소재사들은 기능성 소재를 개별 에셋 단위로 인수하기도 한다"며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도 자체 IP를 활용한 라이선싱이나 특정 에셋의 매각 등 다양한 사업화·엑시트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소재를 찾아내는 연구자의 시각과 이를 실제 제품 및 사업으로 완성하는 기업가의 역량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 케이바이오게이트웨이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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