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스타트업, SNS 바이럴 넘어 '체험'으로 브랜드 알린다

김진현 기자
2026.10.28 10:00

[줌인트렌드]광고·인플루언서 중심 마케팅 한계…사우나·야구장까지 '제품 경험' 확대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디마프 뉴욕 팝업 스토어/사진제공=디마프

K-뷰티 브랜드가 고객을 만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에게 제품을 제공해 입소문을 내거나 광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써보고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가 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광고와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64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화장품 수출액은 50억7000만달러로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셜미디어 광고와 바이럴 콘텐츠가 제품을 알리는 주요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써보고 효과와 사용감을 느끼도록 하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피부 관리 상황에 맞춰 소비자 만난다

스타트업 액시옴은 지난달 피부관리 브랜드 '로딕'을 알리기 위해 서울 신사동의 프라이빗 사우나에서 '리커버리 나잇'을 열었다. 사우나를 마친 뒤 로딕의 홈케어 기기와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제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액시옴은 이와 별도로 출시 전 3개월간 제품을 미리 사용해보는 테스트와 4주간 소비자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제품을 직접 사용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고 이를 제품과 마케팅에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아현 액시옴 대표는 "제품을 실제로 써보는 모습을 보면 설명만 들었을 때는 알기 어려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제품을 사용하는지 살펴보면서 제품과 마케팅 방식을 계속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있는 현장으로 직접 찾아간 사례도 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5월 잠실야구장에서 관중석을 돌며 선케어 제품을 제공하는 '선보이' 마케팅을 진행했다.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대신 야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뷰티 스타트업 에이슨은 러닝 등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슨은 2021년 박세정 대표와 박진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창업했다. 박세정 대표는 LG CNS, 커니, 랄프로렌 홍콩 PMO 디렉터 등에서 기업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박진우 CTO는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인체에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소재와 인터페이스 기술을 연구해왔다. 연구 과정에서 개발한 전도성 패치 기술을 바탕으로 미세전류 홈케어 기기 '루바'를 개발했다.

에이슨은 서울 홍대 인근에서 김은서 러닝 코치와 함께 50여명의 러너를 초청해 운동과 피부 관리를 주제로 행사를 개최한다. 제품을 판매하거나 시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들과 피부 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려는 것이다.

스킨케어 스타트업 디마프는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만들고 직접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22만명 이상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제품 개발 참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온 디마프는 뉴욕 팝업 등을 통해 해외 고객에게 맞춤 제품을 제안하고 의견을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기존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이어가고 있다.

화장품보다 체험 중요한 '뷰티 디바이스'

체험 마케팅 나선 주요 K뷰티 스타트업/그래픽=이지혜

체험 마케팅이 특히 활발한 분야는 뷰티 디바이스다. 화장품보다 가격대가 높고 사용법도 낯설어 소비자가 직접 효과와 사용감을 확인하기 전까지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뷰티 유니콘 기업도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늘리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 6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에서 메디큐브 팝업스토어를 열고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AGE-R)' 전 제품을 직접 써볼 수 있도록 했다. 디바이스와 함께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 조합을 제안하고 별도 상담 공간에서 피부 고민에 맞는 제품을 추천했다. 해외에서도 뉴욕, 런던 등 대도시 팝업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뷰티테크 스타트업 릴리커버는 피부·두피 진단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조까지 현장에서 이어지는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휴대용 진단기기 '뮬리'로 피부나 두피 상태를 측정하면 AI가 맞춤형 레시피를 도출하고, 조제 시스템 '에니마'나 소형 기기 '리비'가 제품을 즉석에서 제조한다. 2025년 컴업에서는 진단부터 제품 제조까지 약 3~4분 만에 진행되는 과정을 시연했으며, 20여 가지 원료를 조합해 2만5000가지 이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광고 노출을 넘어 소비자가 제품의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을 찾아가는 마케팅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용 경험이 구매로 직결되는 뷰티 디바이스는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는 상황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브랜드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지유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K-뷰티 시장은 이제 소셜 채널에서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워졌다"며 "선두 브랜드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피드를 장악하면서 비슷한 콘텐츠가 반복되고 소비자도 이에 익숙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구매를 끌어내는 것과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신생 브랜드일수록 기존 바이럴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오프라인 경험이나 커뮤니티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시도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