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류세 손댄 적 없다'는 거짓말

김훈남 기자
2015.01.26 05:30

2009년 5월21일. 정부가 휘발유 1리터에 붙는 교통세를 마지막으로 변경한 날이다. 교통세를 기준으로 교육세와 주행세가, 원유가격에 따라 관세가 붙는 점을 고려하면 유류세를 마지막으로 조정한 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로부터 5년8개월 동안 정부의 유류세 정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국제유가의 등락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소폭 오르내리긴 하지만 이를 제외한 세금은 항상 762원이었다. 지난주 전국 평균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477.5원, 절반이 넘는 돈이 정액 세금인 것도 정부의 유류세 정책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원유가는 내리는데 국내 기름값은 안 떨어진다”고 욕먹는 정유업계의 하소연은 여기서 나온다. 정유사들은 실시간으로 국제유가를 반영하는데 정부의 정책이 제자리인 탓에 소비자들이 체감을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세금에 대해선 유가가 오른대서 낮춘 적도 없고 내린다고 해서 올린 적도 없다. 세금 거론은 부적절”라며 유류세를 손 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5년 넘게 그대로인 유류세를 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과연 과거에 유가변동에 따라 유류세를 손댄 적이 없을까.

2013년 산업부가 펴낸 산업통상자원백서(옛 지식경제백서)에 따르면 당국은 국제유가에 따라 석유류에 매기는 세금을 수시로 바꿔왔다. 대표적인 예가 1999년 유가 급등 국면에서의 세금이다.

백서는 “1999년 초 유가급등세에 대비, 그해 5월 5일부터 교통세를 리터당 40원 인하했고, 2000년에는 29원, 2011년 7월부터 42원 인하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3월부터는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인하하기도 했다.

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원유가격이 하락하자 “국민의 소비절약 의식을 저해,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장애가 된다”며 교통세를 3차례 대폭 인상했다는 내용도 있다.

5년 전에서 한발만 더 나가면 윤 장관의 말은 '거짓'이 돼버린다. 과거 정책의 변화로 볼 때 최근 몇년간 유류세를 손대지 않았던 것은 그럴 필요가 없었을 뿐이지, 유가등락과 유류세가 무관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이 유가 하락을 체감하도록 하라”는 정부의 주문이 업계 입장에서 고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이 유가를 바로 체감하기 위해선 정부와 업계가 동시에 가격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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