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서 OLED까지" 삼성-LG 잇단 법정공방 '갈등 최고조'

장시복 기자, 박종진 기자
2015.02.15 14:36

LG사장의 삼성세탁기 파손의혹, 결국 재판에…OLED 기술유출 혐의 '난타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사진=자료DB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가전·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양측의 법정공방이 잇따르면서다.

양측 가전계열사 간에는 '세탁기 파손 논란'이 재판에 넘어간 데 이어 디스플레이 계열사간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유출 의혹' 재판도 계속 진행되면서 난타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 경쟁은 필요하지만 자칫 국내업체간의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변질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사장의 삼성세탁기 파손의혹, 결국 재판에=15일 검찰은 재물손괴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조성진LG전자사장과 조한기 세탁기연구소장(상무) 등 임직원 총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앞서삼성전자는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IFA(유럽가전전시회) 기간 중 유럽의 가전매장에서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원진이 자사 크리스탈블루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다.

사실 이 사건은 경미한 사안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검찰도 기소 전에 LG전자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삼성전자 측에는 이를 수용하고 고소를 취하할 것을 각각 제안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LG전자가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증거위조·은닉 및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조 사장의 변호인은 "고의 손괴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혀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양측의 기싸움이 깔려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백색가전, 특히 세탁기 부분에서는 LG전자가 스스로 우위라는 자존심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팽팽한 접전을 이루며 '세계 1위'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이어서다.

◇OLED 기술유출 논란 '난타전', 삼성-LG 장군멍군 =공교롭게도 디스플레이 계열사들도 'OLED 기술유출'을 두고 법정 공방이 거세다. 1주 간격으로 두 가지 별도 기술유출 사건의 결과가 나왔는데 현재 판세를 보면 서로 '장군 멍군'을 주고받은 모양새다.

지난 6일 수원지법은 삼성의 OLED 기술을 LG로 빼돌린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연구원과 이를 건네받은 LG디스플레이 임직원 등 4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 6명 중 5명과 우리 법인에 대해선 법원이 무죄를 선고됐다"며 "조직적인 공모를 했다는 삼성 측의 과대 주장에 대해 결백함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스스로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로 경악을 금치 못할"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13년 정부의 중재로 민사소송이 취하됐었지만, 별개로 형사소송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1주 뒤인 지난 13일 수원지검 특수부는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관련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혐의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장 윤모(50)씨와 삼성디스플레이 노 모(47)씨 등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엔 LG디스플레이가 강공을 펼쳤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이 경쟁사 흠집내기에 힘을 쏟는 행태를 중지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달라"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업 간의 통상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지나친 잣대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해당 기술은 이미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기술로 이를 부정하게 취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맞섰다.

이 사건들의 이면에도 마찬가지로 기술력 자존심 대결이 깔려있다. LG는 OLED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으며 '올인'하는 상황이고, 삼성은 "충분한 기술력은 갖고 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측 '갈등의 골' 깊어져…"'집안싸움'으로 해외경쟁력 우려"=이미 두 그룹 간 갈등의 골은 어느 때보다 깊어진 모습이다. 이제 재판이 시작되는 단계이지만 벌써부터 장외설전이 뜨겁다.

사실 사돈지간인 두 기업의 해묵은 갈등은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삼성전자가 국내 전자산업에 진출하면서부터 사돈기업인 LG(당시 금성)의 반발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양측은 전자업계의 의미 있는 변곡점마다 신경전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효과로 두 회사의 전체 격차는 벌어졌지만 가전·디스플레이 등 세계 시장 1위를 다투는 분야에선 갈등이 잇따랐다.

2011년에는 3D TV와 관련해 기술 논쟁이 벌어지더니 영국·호주·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수차례나 법적 다툼을 벌였다. 2012년에는 '냉장고 용량'을 두고, 2013년에는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다행히 이 사건들은 원만히 해결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집안싸움'에 빠질 경우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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