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에른의 주도인 뮌헨에서 차로 타고 북서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달리자 알프스의 흰 눈과 바에이른주의 하늘을 상징한다는 BMW 엠블럼을 내건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구 1만8000명의 소도시 '딩골핑'에 도착한 것이다.
딩골핑에는 BMW그룹에서도 완성차와 부품을 합해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BMW '2.1', '2.2' 공장이 위치한다. 원래는 100여년 전 세워진 중소기업이었지만 1950년대 BMW가 인수해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공장으로 개조했다. 공장 근로자만 딩골핑 인구와 맞먹는 1만7500명에 이르며 800명 정도의 견습생을 두고 있다.
지난해만 BMW의 3,4,5,6,7 시리즈 총 36만9000대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2013년부터는 BMW의 전기차 i3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i8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와 e트랜스미션, 알루미늄 차체를 생산하면서 BMW 미래 기술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 부품 부문에 종사하는 직원만 2000명 이상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부품은 라이프치히 공장으로 옮겨져 완성차로 태어난다. BMW는 올 가을과 내년에 각각 출시할 예정인 X5 PHEV, 3시리즈 PHEV 제품에 들어갈 주요 부품도 딩골핑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친환경' 이미지에 걸맞는 투명하고 깨끗한 제조 환경= 먼저 전기차 모터 제조라인을 먼저 둘러봤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공장 바닥이었다. 흰색에 가까운 밝은 회색의 바닥은 이곳이 공장이 아닌 식당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각종 설비들도 투명한 아크릴로 된 상자 모양의 공간 안에 위치했다. 자동차 공장이 아닌 첨단 전자제품 생산 공장을 보는 것 같았다. BMW 측은 "깨끗한 전기차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모터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e트랜스미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모터는 고정된 스테이터와 회전하는 로터로 구성된다. 제조에는 대부분 로봇이 담당하지만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공정도 있다. 취재진이 찾아갔을 때는 파란 색 점퍼와 청바지를 입은 한 여성 작업자가 의자에 앉아 스테이터 안에 있는 구리선들이 서로 전기가 통하지 않게 종이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직원의 의자는 작업자의 키에 따라 높이가 조절되고,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피로를 덜 느끼게 설계됐다고 한다.
직원들의 근무 지점에는 항상 모니터가 달려 있다. 바로 작업 현황과 관련한 '인포메이션 시스템'이다. 전기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는 작업을 하면 인포메이션 시스템이 다음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시스템에는 2500여 종류의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 작업자의 실수로 인한 불량률을 크게 낮춰 준다. 생산설비가 위치한 공간 옆에는 투명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엔지니어들의 사무공간이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조치가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 모듈로 거듭난 삼성SDI의 배터리 셀= 이어 BMW i3와 i8에 들어가는 고전압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이동했다. 전기차 i3의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 셸 12를 이어 붙여 배터리 모듈을 만든다. 1대의 i3에는 배터리 모듈 8개가 장착돼 355볼트의 힘을 낸다.
공장 투어 중 중국 매체의 기자가 배터리 셀은 어디서 공급을 받는지 물었다. BMW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삼성으로부터 제공받는다"고 밝혔다. BMW는 현재 삼성SDI로부터 납품받은 배터리 셀로 i3와 i8 배터리 모듈을 제조하고 있다. BMW와 삼성SDI는 추후 적용 모델을 확대할 예정이며, 차세대 배터리도 공동 개발 중이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측정하는 것 외에는 작업 대부분을 26대의 로봇이 수행한다. 딩골핑 공장은 자동화가 90% 이상 이뤄졌다. 특히 배터리 제조라인의 경우 다른 업체의 경우 배터리를 연결할 때 볼트와 너트를 이용하는데, 이 딩골핑 공장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한다. 레이저 용접은 배터리의 저항을 줄여 차의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차세대 부품 생산 위해 지속적 투자= 배터리 공장에 이어 둘러본 알루미늄 차체 제조공장에서도 용접을 모두 로봇이 수행했다. 자동차 1대에 필요한 차체에는 150개 부품이 필요하며, 용접만 250군데에 해야 한다. 알루미늄 차체는 강철에 비해 최대 40% 무게가 덜 나가 연비를 높여준다. 딩골핑 공장에서는 1996년부터 알루미늄 차체를 생산, 5 시리즈에 처음 장착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용접 과정에서는 어떠한 먼지도 나지 않았다. BMW 관계자는 "용접 과정에서 오존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BMW는 전기차에 필요한 설비를 딩골핑 공장에 갖추기 위해 2013년과 2014년에만 수천만 유로를 투자했다. 전기차 기술 적용 모델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도 수천만 유로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요제프 케셰 BMW 딩골핑 공장장은 "이 공장은 1990년대부터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생산한 경험이 있고 대체엔진 제조 경험도 다년간 쌓아 와 i시리즈를 비롯한 차세대 자동차 부품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했다"며 "딩골핑 공장의 설비들은 e모빌리티(전기구동 이동수단)와 경량화와 같은 미래 핵심 기술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