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0대 그룹의 경영 실적(매출, 당기순이익 등)이 쪼그라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2년째 감소세다. 정부가 규제 완화 등 기업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성장 동력은 약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17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그룹의 총 매출액은 123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1265조1000억원)보다 32조90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1289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57조1000억원이 줄어들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년간 30대 그룹 매출이 60조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이 주무기인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키우면서, 기업들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그룹의 매출액은 △2008년 861조2000억원 △2009년 863조1000억원 △2010년 1050조3000억원 △2011년 1227조4000억원 △2012년 1289조3000억원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기저효과에다 무역 1조 달러 최초 달성(2011년) 등 기업들의 수출 호조 덕을 봤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하락, 내수침체 등의 이유로 2012년 이후 매출이 계속 줄고 있다.기업들의 매출액이 줄어든 건 역시 수출가격 하락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올해 여건이 더 좋지 않다는 것. 올해 들어 기업들의 수출 실적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1월 -0.9%, 2월 -3.3%, 3월 -4.2%, 4월 -8.1%)을 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경기 부진으로 2012년(57조2000억원) 이후 2013년 47조5000억원, 2014년 36조4000억원 등 감소세다. 5년전인 2010년(75조1000억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0대 그룹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건 기업들의 핵심 사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4.32%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1000원어치를 팔면 43원 남겼단 얘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수출을 비롯, 기업 정책도 살펴볼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는 늘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과징금 부과 규모를 집계한 결과에 4011억원에 달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는 점점 줄고 있는 추세(2011년 6084억8300만원 → 2012년 5106억3300만원 → 2013년 4184억2900만원)지만, 지난해 최대 과징금 부과 사건인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 때문에 28개 건설사가 4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연간 8043억87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들어 6개월도 지나지않아 벌써 지난해 절반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주요 나라들의 경제가 좋지 않아 우리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어려운 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기업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활동을 했으면 과징금을 부과 받지 않을텐데, 입찰담합이나 가격담합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했기 때문에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