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독일의 기계 기술자인 루돌프 디젤은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기계회사에서 세계 최초의 디젤 엔진을 개발했다. 회사는 그 디젤 엔진의 우수성을 보고 양산을 시작했다. '독일하면 디젤차, 디젤차하면 독일'이라는 자동차업계의 방정식이 만들어진 시작점이었다.
독일 뉘른베르크는 루돌프 디젤의 정신이 지금도 깃들어 있는 디젤 엔진 개발의 산실이 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세계 상용차 2위 업체인 만(MAN)트럭버스(이하 만트럭)의 엔진공장이 1841년부터 170여년 자리를 지켜왔다.
만(MAN)을 이루는 각 철자는 독일어로 기계공장(Maschinenfabrik)과 아우스부르크(Augsburg), 뉘른베르크(Nuremberg)를 뜻한다. 아우스부르크와 뉘른베르크에 각각 있던 공장이 합병했다는 의미다. 증기기관 등을 생산하던 두 공장은 1800년대 후반 디젤 엔진을 최초 개발한 뒤 이를 상용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중 뉘른베르크 공장은 트럭과 버스 등 차량용 디젤엔진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아우스부르크가 주로 중대형 선박에 필요한 1000마력 이상의 엔진을 생산해온 것과 달리 뉘른베르크 공장은 1000마력 초반대 이하의 상용차·버스 및 소형 선박의 엔진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방문한 35만5000㎡ 부지의 만트럭 뉘른베르크 공장에는 세계 최초로 디젤엔진을 개발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품질우선'의 정신이 녹아있었다.
◇"0%의 오차만이 허용된다"…7~8시간 걸리는 1000가지 조립공정 중 핵심은 '품질평가'
"만트럭은 0%의 오차만을 허용합니다. 품질이야 말로 저희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문제가 있는 엔진은 공장 밖으로 절대 내보낼 수 없습니다."
베르너 거슈트너 만트럭 뉘른베르크 공장 생산기획 이사가 엔진 공장의 조립공정을 소개하며 수차례 꺼낸 말이다. 지난해 8만6187개 엔진이 제작된 1000가지 이상의 조립공정 중 그가 핵심으로 꼽은 작업은 전체 과정 중 3곳에 위치한 품질 평가 단계였다.
뉘른베르크 공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직원 개개인이 담당 공정에 대한 품질을 책임지고 있었다. 직원들은 월~토 3교대로 진행되는 작업에 앞서 팀 회의를 통해 품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근무 중에는 총 3곳에서 진행되는 품질 평가를 비롯해 틈틈이 엔진 제작이 완벽한지를 수차례 확인해갔다.
거슈트너 이사를 따라 방문한 품질평가 공간 중 1곳은 특히 중요한 장소로 꼽혔다. 직원들이 스스로 품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방문하는 다른 2곳과 달리 이곳은 품질 검사를 진행하는 상주 직원들이 있었다.
이 공간은 품질점검에 최적인 실내온도 21~22℃로 유지됐고, 직원 10여명이 각 기계를 통해 엔진 부품의 금속 고르기나 구멍의 지름 등을 점검 중이었다. 엔진기어 등 평가를 받는 부품들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대리석 위에서 점검됐고, 결과는 마련된 스크린에 즉각 표시됐다. 각 부품별로 100개당 1개, 500개당 1개 등의 꼴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기준으로 품질평가가 진행됐다.
이같은 품질평가에서 얻어진 정보는 즉각 조립공정에 결과가 반영됐다. 만약 문제가 확인될 경우 멀리 떨어진 해당 공정을 맡은 기계가 멈춰선다고 했다. 거슈트너 이사는 "1마이크로 미터의 오차 범위로 품질이 점검되고 있다"며 "점검 결과는 지침으로 작성돼 각 작업 현장에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7~8시간이 걸리는 전체 공정 마지막에는 실제 엔진을 구동해보는 콜드(Cold) 테스트와 핫(Hot) 테스트가 엔진을 기다렸다. 각각 전기 제어와 실제 연료를 투입해 엔진을 직접 시험하는 단계로, 점검 결과는 보고서로 작성돼 엔진 고객에게 전달됐다.
◇엔진 조립공정 95%는 수작업…"품질 보증은 인적자원이 시작점"
뉘른베르크 공장의 1000가지가 넘는 엔진 조립공정에서 품질 평가가 제일 중요한 과정에 꼽혔다면 전체 공장에서는 인적자원이 제일 중요한 요소로 보였다. 뉘른베르크 공장에서는 만트럭의 D20, D26, D28, D38 등 주요 차량용 엔진 뿐 아니라 주문에 따라 제작되는 선박용 엔진 등 다양한 제작 방식이 요구되는 공정이 혼재했다.
거슈트너 이사는 "각 엔진의 수요별로 10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제작 방식이 요구된다"며 "이 때문에 95%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공정이 기계를 이용하지만 품질을 결정하는 첫째 요소는 직원의 기술력에 있었다. 그는 "품질을 보증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적자원에서 비롯된다"며 "여기에 그간 축적된 노하우와 품질평가를 통해 문서화된 기술력이 시너지를 낸다"고 말했다.
만트럭은 이같은 이유에 직원들의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주력해왔다. 함께 경쟁사 엔진 제품을 뜯어 살피며 벤치마킹하는 기회를 가질 뿐 아니라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이에 직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작업장 안팎으로 기술력 향상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했고, 확보한 기술력을 증명해왔다. 거슈트너 이사는 "임금이 높아지더라도 품질 성과와 회사 내 경쟁효과 등 긍정적 결과물이 더 크다"며 "만트럭은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직원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직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에 직원들의 애사심도 커보였다. 뉘른베르크 공장 전체 임직원 4230명 중 엔진을 직접 제작하는 블루칼라 근로자는 2805명으로 이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20년 이상이었다. 거슈트너 이사는 "복지와 임금, 근무환경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이직률이 가장 낮은 공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장 견학 중 살펴본 직원들의 나이는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했다. 직원 90%가 뉘른부르크에서 첫 업무를 시작하며, 61~65세에 퇴직할 때까지 축적된 노하우로 엔진을 제작한다. 거슈트너 이사는 최장 근로자의 경우 50년 이상 근무한 사례도 있고, 일부 근무자는 왕복 200km가 넘는 출퇴근 거리에도 만족하며 일한다고 귀띔했다.
물론 임금 문제로 파업도 있었지만 회사 안이 아닌 밖의 이유였다. 지난해 독일 강성 산별 노조인 IG메탈 조합원 소속 일부 직원들은 노조 차원의 전국 파업에 합세해 30분에서 최대 1시간 작업장을 비웠다. 만트럭 역사상 '최악의 파업'이라고 거슈트너 이사는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