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해법으로 둔갑한 임금피크제

김태형 기자
2015.09.18 08:28

[같은생각 다른느낌]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청년고용이 자동으로 늘지 않아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연장과 맞물려 임금피크제가 노동개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청년고용과 맞물려 세대간 갈등마저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의 확대 도입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고 있고 이에 맞서 노동계는 청년실업은 부모세대의 직장을 담보로 나눠먹기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적절한 직무설계의 뒷받침 없이 시행되는 임금피크제는 오히려 희망퇴직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상 임금피크제가 처음 도입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청년실업 해결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 당시 연공서열형의 임금구조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조기퇴직이 늘어나면서 그 해결책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2003년 임금피크제를 처음 도입한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인사적체를 해소함과 동시에 명예퇴직으로 인한 고용불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즉 58세 정년을 보장하되 55세부터는 임금을 삭감해서 기업의 비용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보장해주자는 게 취지였다.

또한 2004년 노동부의 임금피크제 매뉴얼을 보면 기업의 인건비를 줄이고 고령자의 조기퇴직을 막으면서 정년보장을 위한 제도로 임금피크제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올들어 노동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며 임금피크제를 청년실업 대책으로 둔갑시켰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청년 일자리 13만 개가 늘어난다며 지난해 사업장 9000여곳의 신규채용 중 30세 미만인 청년층 비율이 임금피크제 도입사업장(50.6%)이 미도입사업장(43.9%)에 비해 높은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과 도입하지 않은 기업 두 개 집단의 청년채용 숫자를 비교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실제로 임금피크제가 청년채용 증가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는 올바른 통계적 검증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아주 기본적인 통계적 방법조차 무시한 채 임금피크제의 청년고용 효과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의 신규고용 효과를 주장하면서 고령자의 줄어든 임금만큼 청년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엔 현재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과 결합돼 있어 전체 임금총액이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비용감소 효과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어난 임금총액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증가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어 고령자의 임금이 줄어들어도 늘어난 임금총액에 비해 추가 고용을 가능하게 할만큼 노동생산성이 증가할지는 의문이다.

설령 노동생산성이 증가하여 임금절감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의무고용할당제를 도입하지 않는 이상 절약되는 비용으로 청년을 고용할지 아니면 자동화기계를 하나 더 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도 상장사 사내유보금이 지난해말 기준 845조 원이나 쌓여 있음에도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시행이 자동으로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주장은 너무나 단순한 계산법이다.

만일 임금피크제의 신규고용 효과를 주장하려면 전체 임금총액이 감소하는 경우와 같이 비용절감 효과가 명백한 경우가 좀 더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어 원래 정년이 60세인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56세부터 시행하면 임금절감 효과가 커서 청년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정년이 55세였던 기업이 정년연장을 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전체 임금총액은 증가하여 신규채용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임금피크제는 오히려 사기업보다 정년이 60세인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에 적용될 경우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절약된 임금비용은 사기업처럼 다양한 용도로 쓰지 않고 새로운 고용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316개의 공공기관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2년간 8천 개의 추가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엔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와 같이 임금피크제는 애당초 청년실업 해결책으로 도입된 게 아니었고 또 단순히 도입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현재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전체 임금총액이 늘어나서 오히려 신규고용 효과가 불확실한데도 청년실업 해결책으로 홍보하는 것은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희망펀드 조성을 제안하고 제1호 기부자가 되어 청년일자리 창출에 발벗고 나섰다. 그만큼 청년고용이 매우 시급한 사회적 이슈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실업 해결은 근본적으로 산업측면에서 파이를 키워야 가능하지 아버지의 직장과 월급을 저당잡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청년실업 문제를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많은 아버지의 탓으로 돌려 세워선 세대간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임금피크제로 정말 청년고용을 늘리려면 보다 정교하고 세부적인 대책이 보강되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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