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4월 5일. 식목일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강원도 양양 산불은 강풍을 타고 확산해 낙산사 대웅전을 붕괴시켰다. 심지어 보물 제479호로 지정됐던 낙산사 동종마저 고열에 녹아내렸다.

당시 낙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임시 설치된 강원도청 종합상황실은 "낙산사 주변 송림으로 번진 불이 서쪽 일주문을 태운 뒤 대웅전으로 옮겨붙었다"며 "다른 건물들도 위험한 상태"라고 전했다.
스님들과 관광객들은 긴급 대피했고 소방 당국은 진화에 나섰지만 순간 최대 풍속 32m/s에 달하는 강풍으로 인해 불길을 잡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소방차가 화염에 휩싸일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관동팔경 하나인 낙산사는 서기 671년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지불인 건칠관세음보살좌상(보물 1362호)과 신중탱화, 후불탱화,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 등 문화유산이 상당했다.
그런데 이 화재로 사적 제495호 낙산사 주요 전각 대부분이 소실됐다. 가장 큰 피해는 낙산사 동종이었다. 보물 제479호로 지정돼 있던 이 동종은 화재로 녹아내리며 완전히 소실됐고 같은 해 7월7일 문화재 지정이 해제됐다.
이후 2006년 새로 복원된 동종이 제작돼 낙산사에 봉안됐으며 화재 당시 녹은 동종은 현재 기념관에 보존돼 있다.

심각한 피해를 보았지만 낙산사는 보험에 충분히 가입돼 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당시 낙산사 건물 10여 동 가운데 보험에 가입된 것은 단 한 곳뿐이었다. 전체 피해액은 약 3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실제 보상 한도는 5억원에 그쳤다.
보험업계는 사찰 보험 시장의 미성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 관계자는 "사찰 측은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꺼리고 보험사는 문화재 가치 산정 어려움 때문에 가입을 기피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23년 10월 기준, 국보·보물로 지정된 목조문화재 223건 중 138건(62%)이 여전히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재 훼손 시 막대한 복원 비용이 드는 만큼, 문화재청이 보험 가입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