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그룹, 계열사 연쇄이동…금융, 서초사옥에 집결

박종진 기자, 이미영 기자
2015.09.30 18:26

"전자-금융 중심, 조직운영 효율성 극대화" 풀이…이재용 부회장, 실용주의 반영도

삼성생명이 서울 세종대로 사옥을 매각키로 하는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연쇄이동을 시작한다.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 통합 삼성물산이 각 부문별 특성에 따라 본사를 옮기고,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의 양대 축인 금융부문이 서초사옥으로 집결하는 모양새다.

30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사업부문별로 본사이전을 추진한다. 최근 서울 도곡동에 새로 자리 잡은 패션부문은 이동하지 않고 나머지 건설과 상사부문 등이 현재 서초사옥을 떠날 예정이다. 서초사옥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본사를 비롯해 삼성물산 건설·상사부문, 삼성생명 일부 부서 등이 있는 상태다.

우선 상사부문은 서울 세종대로 삼성본관으로 들어간다. 건설부문은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판교는 삼성물산이 신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관련 조직이 만들어질 경우 이 역시 판교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삼성본관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금융계열사들은 서초사옥으로 옮긴다. 삼성본관은 1976년 준공과 함께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22년간 본사로 쓰다가 1999년 삼성전자 본사로 바뀌었고, 2008년 서초사옥이 들어서면서 삼성증권과 삼성카드가 사용해왔다.

연말 이후 삼성증권과 삼성카드가 서초사옥으로 나가고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다시 들어오면 삼성본관은 18년 만에 원래 주인을 만나는 셈이다.

삼성생명은 아예 사옥을 팔고 서초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다만 협상을 진행 중인 신한금융과 매각가격 조율에 실패하면 본사 이전이 늦춰질 수 있다.

물론 삼성생명이 사옥을 팔아야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는 아니다. 본사를 옮기기로 한 만큼 대형 빌딩을 꼭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장기화되고 있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대비해 최대한 여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삼성 서초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삼성화재를 제외한 금융계열사들이 새로 입주할 서초사옥에 공간은 충분하다. 삼성물산이 빠져나가는 것 외에도 삼성전자 본사 건물 9개 층을 쓰고 있는 삼성전자 디자인센터가 서울 우면동 R&D(연구개발)센터로 옮긴다. 옛 삼성테크윈 등 한화그룹에 매각된 화학·방산 계열사의 사무실도 빈다.

일련의 계열사 본사 재배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전략이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서초사옥을 그룹 사업의 핵심인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재편해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특유의 실용주의 경영철학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 사옥 매각 방안처럼 불요불급한 자산은 팔고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각 부문을 굳이 하나의 본사로 모으려 하지 않는 면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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