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주요 계열사 사무직 직원들의 연봉을 동결하며 침체에 빠진 제조업 시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올해 오리콤을 제외한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 두산DST 등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 사무직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생산직의 경우 사업장별로 임단협이 진행 중이지만, 동결과 유사한 수준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기본급을 동결해도 호봉승급분이 올라가는 호봉제와 달리 연봉 동결은 '액수 동결'이 된다.
두산은 매해 6월을 전후로 인사발령이 나기 전 지난해의 고과 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상급자와의 면담을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고과를 확정하고 연봉 또는 인센티브에 반영하게 된다. 올해 역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상반기에 이미 진행했지만, 사무직 연봉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두산 주요계열사들은 전세계적인 제조업 침체에 따라 불황의 늪에 빠져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굴착기 판매량이 저조하자 2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희망퇴직을 지난달 단행했다. 한때 2조원 가까이 보였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내 매출은 지난해 8000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0조원의 수주 목표를 세웠으나 글로벌 시황 악화와 발주처의 어이없는 발주 취소 등의 악재가 겹치며 7조8000억원의 수주를 따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희망퇴직 역시 실시했으며 지난해와 반기보고서를 비교할 때 직원 800여명이 줄었다.
선박용 엔진제조업체인 두산엔진은 조선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2분기까지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조선업 침체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 역시 급락했다. 2011년 초 3만원대 초중반을 형성했던 두산엔진 주가는 2일 종가 기준 4515원으로 푹 꺼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계열사 중 지난해에 비해 수주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제외하면 다들 거친 환경 속에서 '선방'하기도 벅찬 느낌"이라며 "당장 자금사정이 악화돼 임금을 동결한다기보다, 다가올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측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임금동결을 내년부터 전계열사에서 확대 시행되는 임금피크제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두산은 내년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 미시행 사업장이던 (주)두산 일부 사업부(BG)까지 임금피크제를 확장한다. 현재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오리콤 등 주요계열사에서는 모두 노사합의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년은 모두 60세다.
계열사, 직군별로 형태와 기본급 지급 방식이 일부 다르지만 대부분 57세 임금을 최고로 책정한 뒤 58세에는 80%를, 59~60세에는 7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 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추세"라며 "정년이 늘어나는 대신 그에 맞춰 평생소득도 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