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도 경제정책도 결국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물건이 좋고, 마케팅이 훌륭해도 때를 놓치면 이문을 남길 수 없다. 잘 짜놓은 경제정책도 실기하면 효과가 반감된다. 한중 FTA도 마찬가지다.
한중 FTA는 지난 6월 정식서명을 마치고 현재 국회의 비준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자칫 우물쭈물하다 연내 발효가 물 건너갈 수 있는 상황이다. 수출부진의 심각함으로 보나, 하루가 다른 중국의 변화로 보나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먼저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세계경기 회복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중국이 성장전략을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와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중국의 고도성장 덕을 톡톡히 봤던 우리의 철강, 석유화학, 기계류 등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이 뚝 떨어졌다.
게다가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아온 브라질, 러시아, 중동 등 자원부국도 휘청거리면서 뚜렷한 대체시장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수출기업들이 활로를 애타게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기업들의 축 처진 어깨를 툭 쳐줄 수 있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증가세로 반전시키지 못할 일도 아니다.
중국의 거센 변화 물결을 보면 오히려 더 조바심이 난다. 중국이 세계의 생산기지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고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7%에 못 미친다고 야단법석이지만 알고 보면 소매판매는 여전히 1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도 알리바바가 하루 만에 16조 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중국 내수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런 변화는 생활용품, 영유아제품, 소형가전 IT제품과 같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우리 중소기업이 판을 갈아엎을 기회이기도 하다. 한중 FTA야말로 소비와 서비스 중심의 성장전략이라는 중국의 새로운 변화 물결에 올라타 한류와 서비스가 결합된 고급 소비제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해외직구 열풍도 한중FTA 발효를 계기로 우리 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 중국의 해외직구 인구, 소위 하이타오족이 1억명이 넘고 올해 해외직구에 쓴 돈이 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타오족이 찾는 상품은 주로 화장품, 의류, 영유아용품, IT제품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것들이다. 앞으로 해외직구 열풍은 중국의 소득성장과 한 자녀 정책폐지 영향으로 더욱 확산될 텐데 하루빨리 우리 상품의 충성 고객을 늘려야 한다. 이때 한중 FTA에서 700달러 이하 물건에 대해서는 원산지 증명서를 폐지한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FTA 하면 관세인하 효과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국제비즈니스 현장에서 뛰는 기업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운송 및 물류비용 절감, 통관시간 단축, 제출서류 간소화와 같은 각종 비관세장벽 해소가 실제 비즈니스에는 더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역은 시간에 특히 민감한데 운송시간을 하루 단축할 경우 상품가치가 0.5%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중 FTA 발효로 48시간 내 통관원칙이 지켜지고 항구별 통관서류와 절차가 일원화되면 기업인들의 발걸음이 한층 가벼울 것이다.
비즈니스나 경제정책이나 매한가지이지만 성공과 실패는 큰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한중FTA는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낮은 문턱이라도 더 깎아 낮추는 신뢰 속에 이익의 균형을 맞추었다. 양국 모두 아쉬운 부문도 있겠지만 이제는 타이밍을 맞춘 실행이 중요하다.
중국고사에 '학철부어'라는 말이 있다. 장자의 외물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물이 말라버린 수레바퀴 자국 안에서 퍼덕거리는 붕어에게는 나중에 이르게 될 큰 강물보다 당장 몸을 적실 한 바가지 물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늘 때를 놓치면 내일에는 거둘 수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