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과 베스트셀링 세단보다 더 중요한 차.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가장 정확히 담은 차'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에선 '전기자동차'를 지칭하는 수식어이다.
닛산 요코하마 본사와 전기차 생산기지인 오파마공장은 전기차에 대한 닛산의 의지가 집약된 곳이다.
닛산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는 자부심을 넘어 새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세계 첫 양산 넘어 '전기차 사회' 꿈꾸는 닛산.."70년 노하우, 20억km 주행데이터 강점"
요코하마 역과 도보로 이어지는 닛산 글로벌 본사의 1층 갤러리에는 닛산과 인피니티의 대표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자유롭게 시민들이 오갈 수 있는 이 곳 입구에서부터 전기차들이 배치돼 있었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세단 '푸가'(해외명 Q70)와 대표 세단 '스카이라인'(해외명 Q50)보다 더 눈에 띄게 부각된 전기차들.
한국으로 따지면 현대자동차 본사 갤러리의 핵심 위치에 '제네시스 EQ900' 대신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전시돼있다는 의미다.
닛산은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출시했다. 리프는 글로벌 누적 판매대수가 20만5000대를 넘어선 '글로벌 베스트셀링' 전기차다.
"1947년 첫 전기차를 개발한 후 70년간 전기차를 연구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20만대가 판매된 전기차 '리프'의 누적 주행거리 20억km에 대한 데이터, 여기에 차량에만 한정되지 않은 포괄적 기술 비전을 추진하는 것이 닛산 전기차가 갖는 강점이다."
코이치로 후루카와 닛산 전기차 글로벌 영업부 매니저는 닛산 전기차의 강점과 비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닛산 본사 갤러리 도입부를 차지한 '리프', 전기상용차 'e-NV200'과 차세대 모빌리티 콘셉트카 '뉴 모빌리티'는 70년 기술력과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근간으로 제작된 차들이다. 지난해 연말 신형 모델이 출시된 '리프'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기존 228km가량에서 280km로 늘어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을 선보였다.
후루카와 매니저는 여러 친환경차가 미래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가 가장 최선의 친환경차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이 드는 수소연료전지차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보다 현실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닛산이 현재까지 전기차 연구개발에만 투자한 비용은 5000억엔(5조3890억원)으로, 이는 글로벌 완성차업계 최고 수준이다. 닛산은 '전기차 리더 업체'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 등 주요 부품에 대해 타 업체와의 열린 협업으로 최고 품질의 전기차를 만드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닛산은 특히 '제로 이미션'(배출가스가 전혀없는)을 위한 차량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후루카와 매니저는 "닛산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최초로 전기차의 배터리가 주택과 회사, 공장의 전원으로 쓰이게 하는 연구개발 등 전기차가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파마 공장, 해외 공장에 '전기차 생산' 노하우 전달하는 '마더 공장' 발돋움
닛산 본사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요코스카에는 리프가 처음 태어난 '오파마 공장'이 있다. 닛산 본사가 전기차 비전을 그리는 머리였다면, 1961년 열린 오파마 공장은 고품질을 앞세워 미래 전기차 시장을 제패할 전초기지다.
오파마 공장은 축구장 237개 규모의 169만9000㎡ 부지에 세워져 있으며, 자동차 조립공장과 배터리공장, 기술연구소 등에선 직원 2700명이 근무중이다.
오파마 공장은 일본 내 닛산 자동차 3개 공장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을 뿐 아니라 2010년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가 탄생한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조립공장에선 리프를 비롯해 쥬크, 큐브, 실피 등 콤팩트급 차량들이 혼류 생산되고 있었다.
연간 24만대의 차량이 생산될 수 있는 이곳에선 일본 내수시장에서 유통될 리프가 연간 1만2500대가량 생산되고 있다. 검은색 연료통 대신 은빛 배터리셀이 탑재되고 있는게 눈에 띈다.
닛산은 현재 오파마 공장 외에 미국과 영국 현지 공장에서 리프를 생산중이다. 전기상용차인 'e-NV200'은 스페인 현지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업체가 일부 공장에서 생산한 친환경차를 수출 위주로 판매하는 것과 비교된다.
일례로 국내 1위 완성차업체 현대차의 경우 현재 수소연료전지차, PHEV, 하이브리드 차량 모두를 국내 생산해 수출중인데, 향후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두 업체의 시장 대응 속도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오파마 공장은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를 만든 경험 등을 공유할 '마더 공장'으로 역할해 왔다. 스페인에서 일본 현지로 수입되는 e-NV200가 판매를 앞두고 품질 점검을 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사루 엔도 오파마공장 생산담당은 "오파마 공장은 전기차 '마더 공장'으로서 저가 생산 방법 등 다양한 노하우를 진화시켜 해외 공장에 전달하고 있다"며 "향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리더로서 입지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시장은 55만9399대(플러그인하이브리드 23만9719대 포함) 규모로 2020년 336만대 수준으로 가속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