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쌍용차 해고근로자들, '티볼리·에어' 판다

오상헌 기자
2016.03.23 05:39

"많이 팔려야 빨리 돌아간다", '판매정보제공 프로그램' 가동...판매·생산 늘려 '조기복직' 노사 협업

지난 17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1년 만에 다시 찾은 공장 정문 앞 풍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정리해고자 복직'과 '손배 가압류 철회' 등이 적힌 현수막과 철야농성을 위해 쳐 놓은 텐트는 모두 사라졌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해고 근로자들의 정문 앞 시위도 끝이 났다.

대신 공장 내부엔 근로자들의 땀기운으로 가득했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등을 조립하는 조립1공장엔 "한 번 해보자"는 열기가 넘쳐 흘렀다. 지난해 말쌍용차가 해고근로자 단계적 복직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노-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의 극적인 변화다.

농성과 시위를 멈춘 쌍용차 해고근로자 중 24명은 1차 복직이 결정돼 지난 달 22일 첫 출근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얻어낸 감격스러운 복직이었다. 2주간의 현장 OJT(On The Job Training, 직장 내 교육훈련)를 거친 복직자들은 지난 7일부터 생산라인에 배치됐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해고자와 희망퇴직자는 19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정리해고자 150여명을 포함해 1300여명이 복직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판매량과 생산물량이 늘어나 인력 수요가 생길 때마다 단계적으로 회사로 돌아온다. 올해 쌍용차의 판매 목표(약 16만대)와 공장 가동률(약 60%)을 감안하면 추가 복직이 당장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쌍용차 노사는 해고 근로자와 희망퇴직자의 조기 복직을 위한 의미 있는 '일자리 만들기' 실험을 진행 중이다. 올초부터 1300여명의 복직 희망자들이 쌍용차 경영정상화와 생산물량 증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판매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지난해 '노-노-사 합의' 과정에서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해고 근로자와 희망퇴직자들도 전사적 판매 캠페인에 동참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노-노-사' 합의 과정에서 3자가 합의해 해고 근로자들이 '판매정보제공'을 하고 차를 판매하면 수당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협업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노사가 힘을 모아 상생하고 근로자 스스로가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어자는 취지"라고 했다.

최근 복직한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와 해고자들이 사내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쌍용차

쌍용차는 지난해 10월 복직 희망자들이 사내 전산망에 접속해 판매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복직 희망자들이 전산시스템에 쌍용차를 구매하고 싶은 지인이나 주위 고객들의 희망 차종과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 영업점에서 상담을 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판매정보제공 프로그램은 회사 입장에선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등 신차 판매를 늘릴 수 있고 노사 협력관계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복직 희망자들은 직접 발로 뛰는 영업활동을 통해 판매량과 생산물량이 늘어나면 회사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판매 인센티브로 해고 후 어려워진 생계에도 보탬이 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도입 초기여서 판매정보제공 프로그램을 통한 판매량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생산직 근로자들이 직접 영업을 해보면 판매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느낄수 있어 노사의 상호이해를 넓히는 '시너지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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