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동력자원부의 추억

강기택 경제부장
2016.05.23 08:52

1차 석유파동(1973~1974년)은 세계 각국이 에너지부를 설치하는 계기가 됐다.

1974년 1월 영국이 에너지부를, 1977년 8월엔 미국이 에너지부를 각각 설립했다. 일본은 1차 파동 직전인 1973년 7월 경제산업성의 2개국으로 떼어 내 자원에너지청으로 승격시켰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공화당정부도 ‘자원무기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동력자원부를 1977년 12월 신설해 에너지수급의 총괄과 에너지외교를 맡겼다.

김영삼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1993년 상공부에 흡수되는 형식으로 폐지됐던 동력자원부는 ‘자원빈국’이 ‘자원부국’이 되기 위한 열망과 야심에서 몇몇 프로젝트들을 기획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1979년 한국석유개발공사(한국석유공사의 전신)와 1983년 한국가스공사를 만든 것이다. 전자는 석유자원 탐사와 개발, 원유비축와 같은 일을 맡았고, 후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는 역할이었다.

두 공기업은 동력자원부가 생기기 전 탄생해 해외 광물자원확보 기능을 부여 받았던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한국 해외 자원개발의 트로이카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하락과 일부 자원개발 사업의 실패로 3개 에너지 공기업은 지난해 11월 감사원으로부터 “자원확보와 경제적 성과 등 전반적인 성과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구조조정을 요구받는 처지가 됐다.

정부는 구조조정안의 용역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발주했고 그 결과물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9일 내놓은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이다.

보고서의 핵심은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민간에 넘기거나 혹은 자원개발 전문회사를 신설하라는 것이다.

이 기능을 가스공사로 이전하는 안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합안도 제시됐다. 광물자원개발도 전문회사를 세우거나 민간이 광물자원개발을 맡고 광물자원공사는 진흥기능을 강화하라고 제안했다.

전문회사는 관료들이 갈 자리가 하나 더 늘겠지만 기존 체제에서 일어났던 문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지분이 43%인 상장사 가스공사를 활용하는 것도 현실성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민간에 넘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이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지분참여 등과 같은 안들이 포함돼 있는 이 보고서의 전반적인 뉘앙스는 정부가 공기업을 통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처럼 읽힌다.

딜로이트안진은 ‘해외시장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중장기 관점에서 민간기업에 대한 육성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언급하고 있듯 지난해 에너지 수입의존도 95.3% 등을 고려할 때 ‘해외 에너지자원의 수급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세계에너지협의회에서 평가한 에너지 안보지수는 한국이 101위로, 중국(21위)나 일본(83위)와 거리가 있다.

보고서는 또 자원개발산업이 낮은 탐사성공률, 높은 자원개발 비용, 유가 리스크, 긴 투자회수 기간 등과 같은 진입장벽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글로벌 메이저에 비해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모두 자원개발 보유 역량이 떨어지고 있고 이들 공기업보다 민간의 역량은 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국내 에너지 자원개발 정책의 기조는 종합적인 국가에너지 안보의 증대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결론은 ‘민간’이다. 애초에 민간이 하기 힘들어 공기업이 나섰던 사업인데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잘못과 부실의 덤터기를 현 정부가 쓰지 않고 민간에 넘겨 털고 가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백년을 내다보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한세대가 넘는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에너지 관련 지식과 정책, 인력, 경험 등은 일순간에 간단하게 저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정정권의 치적 쌓기를 위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지금은 이들 공기업의 해외자원 투자과정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기능 자체를 없앨 때는 아니지 않을까?

동력자원부와 같은 독립적 컨트롤타워는 진작 없어졌고, 해외자원개발 기능은 폐기되고, 그런 뒤 남는 건 ‘에너지 안보’와 ‘산유국의 꿈’이 스러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일 테다. 애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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