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고용안정 최선, 勞 수주절벽 인정…상생길 찾아야

황시영 기자
2016.06.07 07:59

[기획/구조조정 새판 짜자/④-2 노사 대타협의 길]

[편집자주] 조선과 해운 등 한계업종의 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다. 속도를 내겠다던 기업구조조정 작업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확충 재원을 누가 대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하면서 멈춘상태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보이지 않고 부처간 이견과 정책공백이 노출되고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올연말까지 반년남짓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은 허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성장기조가 고착화되고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않고서는 산업구조 개편 등 한국경제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조선과 해운 산업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기업의 자산매각 압박이나 자구책 마련 등 임시방편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어렵다는 지적이다. 주력산업 구조개편 등 4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서 구조조정의 마스터플랜을 다시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머니투데이는 5회에 걸쳐 부실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난맥상을 진단하고 해법과 바람직한 구조조정 체계를 모색하는 '구조조정 새판을 짜자' 기획시리즈를 게재한다.

#1.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소식지 '인사저널'을 통해 "회사가 정상화되면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대우조선해양적자이고삼성중공업적자 겨우 면했을때 우리만 3000억원 흑자를 냈지만 근속 대비 연봉이 가장 낮다", "건물과 땅에 투자 그만하고 사원들에게 투자하라"는 비판의 글들이 쏟아졌다.

#2. 최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책임론'을 둘러싼 1인 시위가 벌어졌다. 1인 시위자는 "산업은행과 경영진이 잘못했는데 왜 직원들만 나가고 임금 삭감을 해야하느냐"며 "경영진부터 책임져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작년 10월 1차 자구안에서 1만3000여명 직원을 1만명으로 줄인다 했을 때는 노조 반발이 크지 않았다"며 "이번에 2차 자구안 제출을 앞두고 직영 1300명을 추가 감원한다는 소문에 노조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산업이 구조조정 태풍을 지나는 가운데 '노사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승인받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2차 자구안 최종 제출을 앞둔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위기를 함께 타개하자"는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사측의 인력감축 방침에 크게 반발하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 삼성중공업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는 연대투쟁을 불사할 방침이다. 이들은 오는 8일과 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노숙투쟁을 하며 채권단을 압박할 계획이다.

◇고용안정 관련 노사 대타협 '절실'=구조조정 국면에서 노조가 가장 불안해하고 사측과 각을 세우는 분야는 '고용안정'이다. 자구안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3000명, 대우조선해양은 4300명, 삼성중공업은 1500명 가량 정규직 직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여기에 협력사까지 더해지면 감원 규모는 수만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고용안정과 관련 노사가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고 한발씩 양보하는 '대타협'을 이뤄야한다고 제언한다. 사측은 무조건적인 인력감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 등 최대한 고용보장 방안을 제시하고, 노조는 현재의 수주절벽은 물론 향후 조선산업 수퍼사이클(호황기)이 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 임금 인상이나 해외연수 등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2004~2007년과 같은 조선업 호황기는 앞으로 다시 오지 않는다"며 "물동량 증가가 2~3년내 발생한다는 주장은 허구"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기업들은 수요가 있는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업체와 손잡고 부품을 조달하며 재고를 최대한 남기지 않는다"며 "물류비라도 아끼려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 노력이 있다는 것은 기업 현장에 있다 보면 피부로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노조의 양보만을 주장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팀장은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사측이 단계별로 보여주면서 노조의 이해를 구해야한다"며 "대우조선해양 문제는 산업은행의 감시·감독 부실, 경영진 분식회계 의혹 등 최고 경영진부터 파고들어야 하며 노조에만 희생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거제 통영 울산 등 조선산업 거점 지역의 고용안정을 위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 정부차원의 대책 수립이 빨리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美 GM·獨 폭스바겐·스페인 르노 노사대타협으로 구조조정 성공=

2009년 파산신청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노조는 신입사원 임금을 시간당 14달러 선으로 낮추는 '이중임금제'에 합의하고 해고시 5년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하는 '잡 뱅크제' 폐지, 생계비 보조 중단을 수용했다. 6년간 파업 자제도 약속했다. 사측은 해외 아웃소싱 유예와 경영정상화시 해고자 우선 고용을 보장했고, 미국내 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을 약속했다. GM은 1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독일 폴크스바겐 노사는 해고대신 임금보전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택해 근로시간을 20% 줄이고 임금도 3단계로 줄여나갔다. 1997년에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했고 2004년에는 3년간 임금 동결을 결정했다. 사측은 10만명이 넘는 전체 근로자의 고용 보장으로 화답했고 자국내 하노버,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증설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수년간 대치하던 스페인 르노는 정부의 중재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스페인 르노 노조는 2009년 7년간 임금인상과 주말 초과수당을 양보했고 인력재배치에 합의했다. 르노 본사는 전기차 트위지, 캡처(QM3) 등 2종의 신차 생산물량을 보장했다. 2013년 다시 1일 2교대로 전환했고 2014년 연산 20만대를 돌파하며 생산량을 회복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 경제본부장은 "노사간 상호 양보가 조선, 해운 업종 구조조정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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