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의 시대’에 벌어진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국가와 결혼했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파혼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고,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에서 출발한 이번 정권도 실패로 끝날 모양이다.
전직 대통령의 딸, 최초의 여성 싱글 대통령으로 과거 정권에서 늘 문제가 됐던 비리도 없을 것이며, 오직 국정에만 힘을 기울여 최소한 평균 이상은 될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는 최순실과 비선조직의 국정 개입 정황은 실로 가관이다. 대기업의 총수들을 통해 돈을 뜯어내는 것은 기본이고, 행정력을 동원해 사소한 이권 사업도 놓치지 않으려 한 노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권력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편파적 성향인 확증편향(確證偏向)에 빠지기 쉽다.
그간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세계관에 맞춰 세상의 정보를 걸러내길 원할 뿐이지, 새로운 가치관과 식견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의 믿음을 확인받으려고 할 뿐이며,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원치 않는다.
보통 사람보다도 권력자들은 확증편향의 포로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도 하지만, 본인이 맡은 일을 성공시켜줄 자료나 증거에만 눈을 돌리기에 경고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실패한 정권과 조직에는 공통적으로 확증편향이 나타나고, 여기에 빠져들면 ‘비선조직’을 가까운 거리에 두게 된다. 원하는 것만 알아서 전달해 주고, 실행하는 조직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비선조직에도 이러한 권력자는 호의호식을 위한 최적 파트너다.
확증편향은 새로운 사실을 과거와 연계해 이해하려는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지난번에도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괜찮을거야’ 하는 식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의 구태가 반복되는 것도 관행이란 미명하에 협조를 강요할 곳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력에 굴복해 돈을 뜯긴 기업들은 "정권이 잘되게 도와주긴 어렵지만, 곤란하게 만들어 기업 경영에 치명상을 입힐 수는 있다"며 "과거 정권에도 이 같은 사례는 있어 왔고, 우리도 피해자다"라고 하소연한다.
규제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의 주장도 이해된다. 과거와 달리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노력한 흔적도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뇌물죄는 비켜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불이익을 안 당하려고 돈을 건넨 것도 대가성을 바란 것이라는 의혹까지 덮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말 밤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오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퇴진과 부조리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에 만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부정한 사슬은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 기업들도 확증편향에 빠져 잘못된 과거의 관행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패기 있는 기업인들도 조금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