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호관세 위법 판결] (종합)

국내 업계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정책 위법 판결에 따른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폐지로 줄어든 세수를 품목관세로 상쇄하려 한다면 자동차·철강 등 주요 수출 업종이 받는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연방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서 미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부과한 10% 기본관세와 국가별로 차등을 둬 부과한 상호관세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15% 상호관세를 적용받았던 한국은 일단 관세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 직후 10%의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지만 단순 수치상으론 관세율이 15%에서 10%로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주요 교역국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10%로 낮아진다는 점에서 글로벌 무역 활성화에 따른 우리 수출 기업의 간접적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방금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든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법안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업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우선 반도체·가전 등 전자업계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도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품목관세는 정해진 바가 없고 반도체 파생상품인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라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뉴욕증시에서 알파벳, 아마존, 애플, 엔비디아,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시장은 일단 불확실성 해소에 힘을 실었지만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얘기다. 가전제품의 경우 미국에 수출되는 건 멕시코 공장에서 상당 부분 만들기 때문에 무관세를 적용받지만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관세는 부과되고 있다. 품목관세는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치라 이번 판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배터리 업계도 현재로선 "바뀔 건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관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고려할 때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지는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 하락 가능성보다는 오락가락하는 관세 기준에 시선을 두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방향성 자체가 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혼란스러운 상황 자체를 반길 수 없다"며 "계속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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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상호관세에 대한 법적 판단은 마무리됐지만 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차분히 상황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알루미늄 등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관세를 적용받는 업종은 긴장감이 커졌다. 미국이 상호관세 폐지로 줄어든 세수를 품목관세를 높여 충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IEEPA 근거가 아니었던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관세는 계속 유효하고 기존 관세 무효를 만회하기 위해 품목관세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최적의 대응 방향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우리 자동차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한국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카드'가 많은 만큼 적절히 대응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영관 KDI(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적용받는 업종은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미 하원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며 "한국 국회가 아직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았고, 미국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을 원하고 있는 등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다양한 '바게닝 칩'(Bargaining Chip, 협상수단)이 있는 만큼 크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