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동차가 우리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휘발유를 대체하는 그 순간까지 SK 배터리 팀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
25일 충청남도 서산에 위치한SK이노베이션배터리 공장 대회의실에 들어서자 최태원 회장이 직접 쓴 액자 속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1공장 건설을 시작한 2011년, 세계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주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글이다. 2공장이 건설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서산에서 이 같은 최 회장의 꿈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충남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날 오후 2공장 건설 근로자들은 작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근로자들 너머 축구장 4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면적(약 4만㎡)의 2공장이 보였다. 온전한 건물의 모습을 갖춘 2공장은 외관상 이미 건설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김태현 배터리 생산·지원 팀장은 "공정률은 62%까지 올라온 상태"라며 "건설은 올해 말~내년 초 마무리되고 시험생산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는 본격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2공장 증설을 밝히고 약 9개월째 건설을 진행 중이다.
2공장은 1공장에 비해 건물 규모는 비슷하지만, 생산능력에서는 '퀀텀점프'(대약진)다. 2공장의 신규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1공장과 2공장을 합한 서산의 연 생산능력은 3.9GWh(기가와트아우어)가 된다. 연간 전기차 14만대에 공급이 가능한 규모로 현재 1.1GWh의 네 배에 육박한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기존과 동일한 규모의 공장동 건설만으로 비약적 생산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비밀은 한창 가동 중인 1공장에 있었다.
1공장 조립공정 라인에 들어서자 기계팔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양극, 분리막, 음극을 차례로 쌓아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겹쳐진 전극들은 트레이를 타고 이동해 알루미늄 파우치에 포장돼 하나의 셀로 완성됐다.
1공장의 배터리 생산 과정은 △양·음극제를 섞어 코팅하는 전극 △전극과 분리막을 쌓은 뒤 파우치에 포장하는 조립 △충·방전 및 방치 등을 통해 불량을 점검하는 화성 △필요 용량만큼 각 셀을 조합하는 팩 등 4단계로 구성된다.
각 공정마다 엑스레이와 비전 체커가 제품 결함 여부를 자동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불량 점검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시 분석과정을 거친다. 대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는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가 1공장의 현재 모습이었다.
김 팀장은 "1공장을 수년간 운영하며 쌓인 노하우가 스마트팩토리 과제 수행과 맞물려 생산 속도 향상과 양품률 제고로 이어졌다"며 "이렇게 진화한 1공장의 시스템이 2공장에 적용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정상의 진화에 더한 배터리 기술 혁신도 2공장 '퀀텀점프'의 비밀이었다. 손기철 전략기획팀 부장은 "최근 배터리는 기존과 똑같은 부피에 두 배의 성능용량을 담을 수 있게 됐다"며 "독자적 분산 코팅기술이 핵심인데 비디오테이프와 LCD필름 코팅 기술에 오랜 노하우를 갖춘 SK가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K 배터리의 '퀀텀점프'는 2공장 완공으로 생산능력이 네배 불어나는 데에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20년 생산량을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0%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공장이 상업생산에 돌입하고 2년이 지나면 생산능력이 또 다시 2배 이상 뛰는 셈이다. 지난해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다시 2025년에는 350GWh로 초고속 성장할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포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능력만 높여갈 계획이 아니다"며 "2공장은 앞으로 7년간 생산량을 모두 소화할 수주를 확보해 둔 상태인데, 이 같은 선(先) 수주, 후(後) 증설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