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광장 대체한 넷플릭스, 무뎌진 공존감각

[청계광장]광장 대체한 넷플릭스, 무뎌진 공존감각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2026.04.07 02:00

최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의 컴백 무대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시대 '공적 영역(public sphere)'의 현주소를 잘 드러낸다. 도로와 대중교통의 통제, 그리고 수시로 진행된 검문 검색 때문에 휴일에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더욱이 실제 현장 인원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것이 밝혀져 과잉대응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들리기도 했다.

광장에 기대 이하의 군중이 모였던 것은 아마도 그 공연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됐기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의 실시간 중계와 공개 후 24시간 이내의 스트리밍에 약 1840만명의 시청자가 몰렸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광장은 전지구적 스크린 위에서 세계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며 BTS의 세계적 인기를 증명했을 뿐 아니라, 이제 대중이 물리적 공간에서가 아니라 각자의 디바이스를 통해 함께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한 때 미디어의 신속성을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실시간성(liveness)은 이제 개인의 요구에 따라 분산된 형태로 경험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물리적 장소로서의 광장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변화는, 단순히 공간적 제약을 벗어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과거 레거시 미디어, 즉 지상파 방송과 신문 같은 전통적 매체는 사회적 합의와 공통의 기억을 형성하는 '커먼즈(Commons)'로 기능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에 대해 자주 언급되는 '보편적 시청권' 역시 이러한 공공성에 기반한 개념이다. 특정한 시간에 동일한 콘텐츠를 함께 시청한다는 경험은, 느슨하지만 분명한 공동체적 감각을 형성해왔다.

동시대인으로서 공통의 경험은 미디어 기술에 따라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백남준은 위성 생중계 기술을 사용한 비디오아트로 서울, 도쿄, 뉴욕 등의 퍼포먼스를 동시적으로 엮어내며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이후 전자통신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지속적으로 낮춰왔고, 새벽잠을 조금 포기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관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기본인 OTT 플랫폼이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까지도 라이브로 제공한다니, 이는 기존 방송매체의 역할을 발전적으로 포섭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대중에게는 세계적 콘텐츠와 실시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OTT의 만능성은 새로운 장벽에 기반한다. 국가나 언어의 경계를 넘어 공통의 플랫폼을 구축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자통신 인프라, 인터넷 보급,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등 다양한 조건의 제약이 있다. 어떤 계층과 세대, 지역은 여전히 그 바깥에 머물러 있다. 또한, 무엇이 그 플랫폼에 오를 수 있는가라는 문제 역시 크다. 특히 보도나 중계와 같은 공공적 정보의 경우, 이 배제의 메커니즘은 중요한 쟁점이 된다. 공적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면서도 극도로 상업화된 OTT의 미디어 환경은, 공통의 시공간에 기반한 공적 영역을 서서히 잠식해 나간다.

따라서 이번 광화문 공연 문제의 본질은 공적 영역의 장인 광장이 상업적 플랫폼에 의해 대체된다는 데보다 그들이 서로 공고히 결탁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다양한 보통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야 할 공론장이 알고리즘에 점령된 디바이스 화면처럼 변질된다면 어떻겠는가. 광장이 각자의 피드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의 세계에 연동되어 버린다면, 다름이 공존하는 배움과 토론의 장은 사라지고 우리는 '확증편향의 감옥' 안에 고립되어 버릴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낯설어진 공존의 감각을 새로이 되살리는 것이다. 편안한 온라인 공간에서 헤매는 대신, 넓은 길을 걸으며 타인의 흐름을 마주하는 것 말이다.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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