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이 3년간 1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실트론 경영진으로부터 세계 1위 육성전략을 보고받고 과감한 투자결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을 과점한 일본 신에츠와 섬코를 넘어설 계획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SK실트론의 1조2000억원 규모 중장기 신규투자 계획을 승인하고 그룹과 전후방 거래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기로 했다.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R&D) 등 전방위에 걸쳐 진행되는 이 투자 계획은 올해 이미 부분적으로 시작됐고 본격적 시설 투자는 내년부터 개시될 예정이다.
SK실트론이 생산하는 반도체 웨이퍼는 반도체 칩 기판 핵심소재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산업 전분야에 활용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용 웨이퍼 출하 면적은 114억4800만 제곱인치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내년과 2019년에도 각각 118억1400만 제곱인치, 122억3500만 제곱인치 등 증가세가 이어져 시장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반도체 시장 붕괴로 글로벌 웨이퍼 선도업체인 신에츠와 섬코의 생산능력 확대가 여의치 않다는 점은 실트론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실트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최대 매출과 이익을 갱신하는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전까지 해외 기업 신에츠와 섬코, MEMC 등으로부터 웨이퍼를 공급받아왔고, 최근 실트론이 SK로 인수되자 거래량 증가를 논의하고 있다.
실트론 경영진은 세계 최대 웨이퍼 수요기업인 삼성전자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과감한 투자 전략을 만들어 신규 투자 계획을 최태원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수뇌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이 보고를 받고 국내 4차 산업 육성 차원에서라도 곧바로 추진하라고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1조2000억원 투자는 실트론이 LG 계열사 시절에는 전례가 없던 과감한 규모다. 사명이 LG실트론이었던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이 회사가 증산과 신규설비 구입, R&D 등에 투자한 금액은 약 5400억원에 그친다.
특히 최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일본 웨이퍼 업체 신에츠와 섬코를 뛰어넘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웨이퍼 시장의 27%, 26%를 점유한 신에츠와 섬코는 시장 1, 2위 업체다. 독일 실트로닉스(13%)와 미국 선에디슨(10%)에 이어 SK실트론(9%)은 5위다. 대규모 투자가 매출 증가와 이익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SK실트론은 신에츠와 섬코 수준에 올라서게 된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도약을 통해 궁극적으로 겨누는 목표는 글로벌 종합 반도체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NF3(삼불화질소: 반도체 공정 필수 소재) 세계1위SK머티리얼즈에 이어 SK실트론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대규모 투자를 발판으로 SK실트론이 신에츠와 섬코를 넘어서게 되면 SK그룹 계열 반도체 소재 업체들은 해당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로 올라선다.
SK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 제일 윗단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위상 강화도 노릴 수 있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SK실트론이 성장세를 키워 상장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며 "순이익 기준 2000억원을 달성한다면 글로벌 경쟁사인 신에츠나 섬코와 마찬가지로 PER(주가수익비율) 15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