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 작업을 본격화한다. 상장을 준비 중인 시스템통합(SI) 업체 현대유엔아이(U&I)와 물류 자회사 현대무벡스를 합병하는 게 시발점이다. 그룹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유엔아이, 현대무벡스 합병 '가치 높이기'=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유엔아이와 자회사인 현대무벡스는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유엔아이가 현대무벡스를 흡수합병하고 현대무벡스는 해산하기로 결의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무벡스의 주요사업은 물류자동화시스템사업으로 정보기술(IT)이 필수적"이라면서 "합병에 따라 두 회사의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유엔아이가 현대무벡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7월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설비 및 승강장 안전문(PSD) 사업 부분이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무벡스 설립 당시 물류자동화시스템 사업부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사업부문이라고 판단해 별도의 회사로 키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현대유엔아이가 현대무벡스 지분 100%(약 300억 추정)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주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는 현 회장 등 총수일가가 70% 이상의 지분을 가진 현대유엔아이 자회사에 유망사업을 넘긴 것은 주주 가치 훼손이라고 최근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에도 현대그룹이 현대유엔아이 '몸만들기'에 나선 것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현대유엔아이는 지난해 말 IPO 주간사로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을 선정했다.
관건은 현대유엔아이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현대유엔아이는 2015년과 2016년 당기순손실은 각각 53억원, 44억원 수준이다. 2016년 매출액은 10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감소했다. 2016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1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적자 상태였던 만큼 현대무벡스 합병으로 상장 매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현대유엔아이 주주 가운데 한 관계자는 "현대무벡스 합병은 현대유엔아이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전달받았다"면서 "현대엘리베이터 외 그룹의 성장 전략으로 현대유엔아이의 상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향후 IPO 일정은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주간사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지배력 계속 높이는 '현대엘리'=현대엘리베이터는 계열사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월 4일 현대유엔아이가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사 현대엘앤알, 현대아산, 현대투자파트너스 지분을 총 107억6100만원에 인수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엘앤알 지분율은 97.1%로, 현대아산 지분율은 69.7%로 높아졌다. 현대투자파트너스에 대한 지분율도 현 회장과 비슷한 수준(43.6%)인 32.67%까지 끌어올렸다.
그룹 지배구조 상에서 현대엘리베이터 밑에 위치하는 계열사는 현대종합연수원, 현대앨앤알,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현대투자파트너스, 현대유엔아이,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등 총 7곳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곳은 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글로벌이 유일하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현대증권 경영권을 잃은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실질적인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도로 그룹 지배구조 변경 등이 이뤄져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