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생각하는 로봇…'250조 시장' 적자생존의 시작

심재현 기자
2018.06.24 09:00

[로보사피엔스 시대]"현실 속 로봇이 공상 과학 로봇 눌러"…디스토피아 우려에도 4년 뒤면 글로벌 로봇시장 8배 성장 전망

[편집자주] 로보사피엔스(생각하는 로봇: Robo Sapiens)가 호모사피엔스(인간)와 일자리를 놓고, 협력이냐 경쟁이냐의 기로에 섰다. 로봇은 그 어원(Robota: 체코어로 노동)에서 보듯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운명을 타고 났다. 인간과 로봇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미국 보스턴 옛 주청사에서 대로를 따라 80m쯤 걸으면 색다른 식당이 눈에 띈다. 지중해식 레스토랑과 샌드위치 가게 사이로 지난달 3일 로봇식당 '스파이스'(Spyce)가 문을 열었다.

이 식당에선 사람 대신 7대의 로봇 주방장이 요리를 한다. 주문에서 조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여. 식당을 다녀온 한 방문객은 이런 트윗을 남겼다. "It's alive(살아있네)."

로봇의 요식업 침투는 그동안 봐온 산업현장의 자동화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요리는 기술을 넘어 감성과 겹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지적한 대로 요식업은 꽤 오랫동안 기술혁신에서 밀려난 노동력의 마지막 보루였다.

사회·경제학자들이 '요리하는 로봇'의 등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 일상의 전선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위쪽 사진)일본 소프트뱅크가 구글로부터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이족보행과 점프는 물론, 공중제비(백덤블링·오른쪽 사진)에 성공해 세상을 놀래켰다. 제원은 신장 150㎝, 무게 75㎏. /유튜브 동영상 캡쳐 (아래쪽 사진)포르쉐의 생산거점인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선 대부분의 공정을 조립로봇이 담당한다 조립로봇을 만든 독일의 100년 로봇제조사 '쿠카'는 지난해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에 인수됐다. /사진제공=포르쉐

돈 냄새를 맡은 투자 전문가들은 이미 행동에 들어갔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만든 '틸 펠로십'은 2~3곳의 벤처투자사와 함께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봇 카페 '카페X'에 5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출범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로봇 커피 프랜차이즈 '비트'(b;eat)에 12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산업 규모는 2022년 2370억달러(약 250조원)로 2016년(310억달러)보다 8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인터내셔날데이터코퍼레이션)는 2020년 글로벌 로봇시장 규모를 1880억달러로 예상했다. 예상시점이나 규모는 로봇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 앞당겨지거나 상향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로봇기술 개발 속도는 공학계의 예상마저 넘어서는 분위기다. 2~3년 전만 해도 로봇이 사람의 운동능력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는 시각이 대세였지만 지난해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중제비를 하는 인간형 로봇을 선보이면서 이런 평가절하가 쑥 들어갔다.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족보행 로봇의 경우 이미 군사화 논의가 오간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IBM의 AI '왓슨'을 이용해 개발한 로봇 '페퍼'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해 감정을 학습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 쇼핑 도우미 서비스를 시연 중인 '페퍼'를 만나보고 "물건을 많이 사도록 만든다"고 했다.

혼수가전의 대세로 올라선 로봇청소기나 이스라엘 로봇개발업체 폴디메이트가 개발한 빨래 개는 로봇은 여기 비하면 어린애 수준이다.

소프트뱅크로보틱스의 요시다 켄이치 사업추진본부장은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이미 인간의 노동력을 대부분 대체할 만큼 발전했고 산업·군수용 로봇도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가절감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산업현장에선 반세기 전에 로봇이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성장비결이 물류창고 자동화라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차이냐오가 휘저우에 새로 연 물류센터에선 200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하는 시스템으로 하루 100만건 이상의 화물을 처리한다. 중국 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13만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이 팔렸다고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내건 로봇수술 광고('인간보다 14% 높은 암 제거 능력')는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서까지 로봇기술에 대한 신뢰가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매트 메이슨 카네기멜론 로봇공학 연구소장이 2003년 '로봇 명예의 전당'에서 말한 대로다. "현실 속 로봇이 공상 과학의 로봇을 눌렀다."

일각에선 로봇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LAB2050의 이원재 대표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무원, 공기업, 자격증에 목매는 현실을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에 빗댔다. "기계를 파괴하는 대신 기계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달아나는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아마존의 사례는 그래서 희망적인 성과로 회자된다. 아마존은 최근 5년 동안 물류창고에 13만대 이상의 로봇을 들여오면서 그동안 상자를 나르던 직원들을 로봇 관리자로 재교육했다. 이 기간 고용은 35만명 이상 늘었다. 데이브 클락 아마존 부사장은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글로벌 '빅3' 컨설팅사로 꼽히는 맥킨지는 미국의 800개 직업과 2000가지 주요 업무를 분석한 뒤 자동화로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지난해 4월 '로봇이 생산성, 고용,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로봇 도입이 1993~2007년 유럽 17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에 10% 기여했고 유럽 27개 지역에서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플러그 꽂힌 종족'이 가져올 새 시대가 장밋빛일지 잿빛일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껏 로봇산업이 상상력과 적자생존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데 주목한다. 적자생존은 종족을 가리지 않는다.

프랑스 북부 라우윈-플랭크 지역의 아마존 물류창고.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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