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발육 상태가 좋은 초등학교 1학년 단계일 겁니다"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살림의원에서 만난 유여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 경영이사는 출범 7년 차에 접어든 조합의 현재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겸손한 말씨였지만 자신에 찬 눈빛이었다.
유 경영이사는 '우리 동네 주치의'를 기치로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과 뜻을 모아 2012년 조합을 설립했다. 기업으로 치면 유 이사는 조합의 최고경영자(CEO)다. 질병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방점을 둔 '살림의원'과 '건강혁신 살림의원', 운동처방사의 맞춤 처방으로 운영되는 '운동센터 다짐' 등이 조합의 주축이다.
지역 주민들이 조합원이 돼 직접 소유와 운영을 하는 구조다. 조합원 348명, 출자금 3200만원으로 7년 전 창립총회를 연 조합의 규모는 현재 조합원 2598명, 출자금 약 11억원으로 불어났다. 6명의 주치의는 1인당 1000명의 건강을 관리한다. 주치의 제도가 발달한 영국의 1인당 진료자 수가 2000명이니 '1학년 단계'라는 유 이사의 자체 평가는 지나친 겸손으로 읽힌다.
주치의 불모지 한국에서 오롯이 조합원들의 힘만으로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유 이사는 "계속 순탄한 길이었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진료자 수 증가에 맞춰 의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조직 운영 범위는 유 이사 능력 밖으로 커졌다. 여느 사회적 기업과 마찬가지로 장부상 숫자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유 이사가 택한 돌파구는SK와 카이스트가 만든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MBA'(이하 MBA)였다. 시장조사부터 인큐베이팅 오피스 입주까지 경영·창업과목을 배웠다. 여기에 기업에 몸담았던 실무자들의 멘토링이 곁들여졌다.
유 이사는 "컬쳐 쇼크"였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 이사는 사실 영리기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MBA에서 같이 공부한 '김 과장, 이 대리'와 소통하며 기업 역시 사람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실현시키는 조직의 하나라는 점을 알게 됐다.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이 유 이사가 이 곳에서 찾은 접점이었다.
유 이사는 "지금까지 적자를 본 적은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 조합의 최대 강점은 '마케팅'이다. 조합원들 개인 네트워크를 통한 마케팅 만으로도 충분한 진료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비보험 병원의 경우 전체 비용에서 마케팅 비중이 3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 하면 꿈 같은 '우리 동네 주치의' 모토를 현실화한 힘은 여기서 나온다.
유 이사는 "매년 조금씩 남은 것들을 모아 좋은 의료인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통으로 성장하는 조합의 '우리 동네'가 어디까지 커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