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과거 어린이 노동 착취와 실험용 분유 아프리카 공급, 밀림 파괴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불매 운동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저개발국 커피농가의 수익성 개선 사업인 '네스카페 플랜'을 진행하면서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네슬레는 우수 품종 묘목 보급과 농업 기술 교육을 통해 커피 농가들의 품질 개선을 도왔고 이는 높은 소득으로 이어졌다. 네슬레도 양질의 커피 원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체계를 구축했다. 결국 네슬레는 미국 포춘지(誌) 선정 세계 50대 존경받는 기업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사회가치 창출 SK가 선도..임직원 평가 비중 50%까지 확대=최근 국내에서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으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네슬레 사례와 같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SK그룹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올 초 신년 화두로 '행복'을 강조하며 행복창출 방법론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를 주문했다.
그는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은 사회적 가치 추구"라며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선포했다.
뒤이어 찾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한발 더 나아갔다. 처음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세션을 주재하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 실례를 들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4년간 190여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지원금(150억원)보다 더 많은 경제·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효과에 주목, SK계열사들도 기존 재무성과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더블 보텀 라인(DBL)을 도입했으며 사회적 가치 측정값을 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SK에너지가 소유한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개방하고 SK텔레콤이 기술혁신으로 양질의 통화음질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한 로밍 서비스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로 소개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 이사회의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통상 오너가 겸직해온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와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도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경영 철학을 구현하려는 최 회장의 의지로 평가한다.
◇삼성·현대차·LG도 사회공헌-투명경영에 방점=삼성그룹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사회공헌을 통한 사회 가치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사회공헌 새 비전인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을 발표했다. 임직원들이 고유의 잠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회사가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삼성전자는 특히 사회공헌의 새 테마로 '청소년 교육'을 제시하고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을 사회공헌 분야에 기여해온 금융·의료 전문가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사회공헌과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5060세대인 신중년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사회적 기업 성장 지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하고 있는 부문이다.
투명경영 부문에선 국내 대기업 최초로 현대차가 2015년 4월에 소액주주를 비롯한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독립 위원회인 '투명경영영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주주 권익을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일반 주주들로부터 그룹사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 받아 선임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LG그룹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주고 있는 'LG 의인상'은 그룹의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투명경영을 선도해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갈수록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익 극대화에만 관심을 갖는 기업은 외면 당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