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물건, 작품이 되다…160만명 모여든 아트센터[넷제로케이스스터디]

버려진 물건, 작품이 되다…160만명 모여든 아트센터[넷제로케이스스터디]

광명(경기)=권다희 기자
2026.07.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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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광명 업사이클아트센터
버려진 자원 가치 높이는 '업사이클'
전시·교육·사회공헌으로 실현
높은 호응에 개관 후 160만명 방문
이케아 등 역내 기업과 협업도 결실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지난 23일 광명시 하안동 소재 광명업사이클아트세너에서 '업사이클 인터랙티브' 전시를 관람 중인 어린이 관객들/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23일 광명시 하안동 소재 광명업사이클아트세너에서 '업사이클 인터랙티브' 전시를 관람 중인 어린이 관객들/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23일 경기 광명시 하안동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1층 전시장. 흰 벽을 따라 실로 감싼 알록달록한 원형 조형물이 이어지고, 바닥에는 커다란 공처럼 생긴 작품들이 놓여 있다.

다가서면 움직이는 폐자재…놀이가 된 자원순환

지난 23일 경기 광명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열린 '업사이클 인터랙티브' 전시. 유영하는 고래와 물결 모양 구조물의 움직임을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와 함께 감상하도록 만든 작품이다. 최문섭 작가가 폐목재, 알루미늄 등으로 만들었다(왼쪽). 이송준 작가가 폐업한 식당과 주방용품점 등에서 수거한 스테인리스 숟가락으로 제작한 상어 형상의 작품으로, 관람객이 다가가면 센서가 작동해 움직인다. /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23일 경기 광명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열린 '업사이클 인터랙티브' 전시. 유영하는 고래와 물결 모양 구조물의 움직임을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와 함께 감상하도록 만든 작품이다. 최문섭 작가가 폐목재, 알루미늄 등으로 만들었다(왼쪽). 이송준 작가가 폐업한 식당과 주방용품점 등에서 수거한 스테인리스 숟가락으로 제작한 상어 형상의 작품으로, 관람객이 다가가면 센서가 작동해 움직인다. /사진=권다희 기자

관람객이 다가가자 폐자재로 만든 고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벽면의 대형 화면 앞에서는 재활용 캔만 골라 먹는 공룡이 돼 점수를 얻는 게임 '리플레이(RE:PLAY)'가 펼쳐진다.

작품의 재료는 버려진 실과 폐현수막, 인테리어 폐자재, 폐업한 식당이나 주방용품점에서 나온 스테인리스 식기 등이다. 지난 2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업사이클 인터랙티브' 전시의 일부다.

전시는 제목처럼 작품을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자원순환의 의미를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센터 전시를 담당하는 지승현 광명시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 관람을 왔던 어린이들이 재미있었다며 부모님과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매 층 마다 층 수를 적은 이정표 역시 폐자원으로 만든 작품이다/사진=권다희 기자
매 층 마다 층 수를 적은 이정표 역시 폐자원으로 만든 작품이다/사진=권다희 기자
국내 첫 업사이클 아트센터…지역사회 '플랫폼'으로 진화

업사이클은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을 더해 이전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제품이나 작품으로 만드는 활동이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예술을 매개로 업사이클을 지역사회에 확산해 왔다. 단순히 재활용품을 전시하거나 일회성 체험을 제공하는 시설에 머물지 않고, 시민과 학교, 기업, 복지시설을 연결해 버려진 물건이 지역 안에서 다시 쓰이도록 하는 '업사이클 플랫폼'을 지향한다.

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을 계기로 광명시 자원회수시설 홍보동을 리모델링해 2015년 6월 문을 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업사이클이라는 개념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재활용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 수준이 낮다는 인식도 강했다. 이에 광명시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업사이클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의 업사이클 전용 아트센터를 조성했다.

초기에는 기획전시와 목공·가죽·데님 강좌 등 전시와 체험 교육에 집중했다. 이후 공모전과 창업 지원, 기업 협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24년 4월에는 광명동굴 인근 가학동에서 현재의 하안동 건물로 이전했다. 새 센터에는 전시장과 교육실뿐 아니라 공유주방, 목공실, 소재보관실, 공유오피스 등이 들어섰다. 전시 공간을 넘어 교육과 산업, 창업을 아우르는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업사이클 푸드 수업이 열리는 센터 4층의 공유 주방/사진=권다희 기자
업사이클 푸드 수업이 열리는 센터 4층의 공유 주방/사진=권다희 기자
전시관에서 '동네 속 시설'로

센터가 체육관과 아파트 단지 등이 가까운 생활권 중심부로 이전하면서 주민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도 좁아졌다. 이전 전 약 50%였던 광명시민의 방문객 비중은 이전 후 78%로 28%포인트 높아졌다. 2025년까지 누적 방문객은 160만명,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는 4만명에 이른다. 주민이 반복적으로 찾는 생활 기반 시설로 성격이 바뀐 셈이다.

업사이클을 주제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공유주방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이나 버려질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업사이클 푸드' 수업이 열린다. 올해 3월 시작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은 대기자가 늘자 회당 정원을 10명에서 20명으로 확대했다. 현재 주말에 두 차례씩, 총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지역 고등학생들은 광명형 고교학점제 수업의 일환으로 센터를 찾아 폐현수막과 버려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어린이들이 종이관 등 폐자재로 악기를 제작하고 곡을 연습해 무대에 올리는 '리플레이메이커'도 대표 프로그램이다.

센터 홍보를 담당하는 최유림 광명시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가장 경계한 것은 전시나 체험이 '한 번의 특별한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라며 "업사이클을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반복할 수 있는 행동으로 느끼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고등학생들이 버려진 현수막을 재료로 해 만든 작품들/사진=권다희 기자
지역 고등학생들이 버려진 현수막을 재료로 해 만든 작품들/사진=권다희 기자

이케아 폐가구, 지역아동센터 맞춤 가구로

지역 기업이 내놓은 자원은 주민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돌아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케아 광명점과의 '업사이클 상생기부 프로젝트'다. 광명시와 이케아 광명점,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는 2018년 협약을 맺고 반품되거나 전시 중 손상돼 판매하기 어려운 가구를 새로운 제품으로 바꿔 지역에 기부하고 있다.

이케아가 판매가 어려운 가구를 센터로 보내면 업사이클 작가와 목공 동아리가 지역아동센터와 경로당, 복지시설 등의 수요에 맞춰 다시 설계한다. 테이블이 수납장으로 바뀌기도 하고, 여러 가구의 부품을 조합해 해당 시설에 맞는 가구를 제작하기도 한다. 2025년까지 91개 기관에 가구 171점을 전달했다.

센터는 폐자원을 가진 기업과 소재가 필요한 업사이클 기업을 연결하는 소재중개사업도 시범 운영한다. 랄프로렌코리아에서 재고 청바지와 데님 의류를 받아 업사이클 기업과 연결해 시제품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기업의 불용품은 새로운 소재가 되고, 센터의 작가와 강사는 이를 가공하며, 복지시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공급받는다. 기업의 자원과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수요를 연결한 구조가 사업의 지속성과 사회적 효과를 함께 높인 것이다.

센터 지하1층 목공수업 및 목공작업이 열리는 장소/사진=권다희 기자
센터 지하1층 목공수업 및 목공작업이 열리는 장소/사진=권다희 기자

체험한 시민이 창업자로…133개 기업 지원
업사이클 관련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유오피스로 마련 된 센터 3층 공간/사진=권다희 기자
업사이클 관련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유오피스로 마련 된 센터 3층 공간/사진=권다희 기자

센터 3층에는 업사이클을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창업자들의 공간이 있다. 센터는 초기 기업에 사업장 주소를 등록할 수 있는 가상오피스, 회의실,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교육과 홍보·마케팅,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지원한 창업자·기업은 누적 133개사다.

실제 제품 출시와 법인 전환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따담스튜디오는 친환경 업사이클 가방으로 크라우드펀딩 목표액의 470%를 달성했다. 더현대 팝업스토어 등에 진출한 업사이클 의류 브랜드 '무큐르'를 선보인 고감도 역시 매출이 늘면서 법인으로 전환한 사례다.

광명시가 10여 년간 센터를 운영하며 확인한 것은 업사이클센터가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다양한 주체가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갖출 때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센터가 양질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지역 작가·디자이너들과 오랜 기간 쌓아 온 협력 관계가 있다.

아울러 이케아 광명점과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를 연결한 사례처럼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지역사회의 수요를 이어 줄 때, 센터는 단순한 전시·체험 시설을 넘어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기능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지승현 주무관은 "센터를 조성하는 것만큼 운영 시스템을 세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동시에 업사이클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2024년 신축 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외관/사진=권다희 기자
2024년 신축 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외관/사진=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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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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