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가림막 뒤 '007작전'…긴박했던 트럼프-재계 회동

이건희 기자
2019.06.30 12:16

예정보다 일찍 모인 총수들…소지품 검색대에 가림막까지 '긴장감'↑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재계 총수들의 회동이 진행되는 도중 가림막이 처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내부의 일부 모습. 주변으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서있다. /사진=이건희 기자

007작전이 따로 없었다. 30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가 이뤄지는 과정이 그랬다.

전날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인 국내 재계와의 회동을 자신의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시작했다. 회동 대상자들은 국내 5대그룹 및 대기업 총수 20여명이었다. 예정된 정식 간담회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그러나 현장은 오전 8시부터 이미 행사가 시작된 듯 긴박했다.

호텔 로비에는 공항처럼 소지품 검색대가 설치됐고, 호텔 안팎으로 폭발물탐지견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만큼은 호텔 숙박객도 소지품을 확인하고 호텔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었다. 그는 오전 8시쯤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전 8시30분이 되기 전 호텔에 도착했다. LG그룹에선 구광모 회장을 대신한 권영수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전 8시35분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8시40분에 호텔로 들어갔다. 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모두 오전 8시대에 회동장을 향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정이 유동적이라 일찍 만났고, 총수들끼리는 조찬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고된 오전 10시가 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이 보일 수 있는 길을 가리는 검은색 가림막이 설치됐다. 2년 전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때도 입구에 설치된 가림막과 같은 느낌의 막이었다.

(로이터=뉴스1) 한상희 기자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업 총수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0시20분부터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장에서 방송 생중계를 통해 공개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현대차와 삼성, CJ와 두산, SK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미국에 투자를 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들 총수들을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며 감사를 전했다.

롯데를 이끄는 신 회장에 대해선 "3조6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해줬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 기념촬영을 하면서 신 회장과 인사를 나눌 때 손을 한참 마주잡고, 어깨를 붙잡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회동이 마무리된 뒤 다시 호텔 내부는 긴박해졌다. 경호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또는 재계 총수들이 나갈 길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 주변을 가로막아섰다. 근처를 지나던 숙박객들도 관심을 보이며 카메라를 들어보였다.

10분 정도 대기가 이어진 뒤 현장은 마무리됐다. 갑자기 가림막이 걷어지면서 회동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 등이) 모두 떠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공개된 1층 로비가 아닌 따로 마련된 출구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오전 11시로 약속한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청와대로 떠났다. '볼 일'을 마무리한 재계 총수들 역시 바삐 흩어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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