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가전이 모두 좋아서 내 삶이 윤택해집니다."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타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지난 14일 향년 94세 나이로 구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1·2세대 거목들의 기업가 정신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생전 한 언론인터뷰에서 "기업을 시작하면서 항상 마음에 품어온 생각은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활가전 명가인 LG전자는 생활의 편리를 높여주는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구 명예회장의 이 같은 기업 철학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도 실적 등 눈에 보이는 '숫자'로 대체된 지 오래다.
'국민'보다 '고객'을 중시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기업 발전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깨지고 있고, 기업가의 경영 이념과 사명감, 애국심이 갖는 가치는 빛바래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산화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선도하겠다"는 구 명예회장의 신념과 "기업은 이윤보다 많은 사람들의 복된 생활과 사회 복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철학은 큰 울림을 준다.
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길은 단출했다. 장례는 '진짜' 비공개·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치러져 추모라는 본연의 의미에 충실했다. 은퇴 후 충남 천안시 연암대학교 농장에 머물며 버섯연구에 몰두한 고인과 어울리는 마지막 길이었다.
내내 빈소를 지킨 구광모 회장이 고인의 '강토소국 기술대국' 정신을 살려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