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매출 1%는 지구에 내는 세금"

정한결 기자
2020.01.01 05:00

[2020 새로운 10년 ESG]1-<5>기업이 변한다…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태 총괄이사 인터뷰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매년 매출 1%는 지구에 내는 세금" 환경단체에 수익금 후원

-유기농 소재로 고객 신뢰…성장보다 환경 보전 "진정성이 중요"

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 지사 총괄 책임 이사. 사진=김창현 기자

10여년 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월가는 ‘아큐파이(Occupy)’를 외친 시위대에 점령됐고, ‘신(新)자유주의’는 종말을 맞았다. 기업들도 큰 위기를 맞았다. 돈벌이에만 매몰돼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문제를 야기한 주범으로 몰렸다. 기업들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제적 가치(이윤)만 좇던 과거에서 벗어나 기후변화·환경오염·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에 투자한 금액은 30조 달러(약 3경5067조원)를 넘겼다.

“지구를 살리는 사업을 하겠다”

파타고니아는 기업의 이윤추구가 최우선시되는 사회에서 환경을 보존하겠다는 목표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기업이다. 매년 매출 1%를 ‘지구에 내는 세금’ 명목으로 환경단체에 후원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다.

도리어 "제발 우리 옷 사지 마라"는 친환경 캠페인 덕분에 파타고니아는 미국 2위로 급성장하며 사업적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도 매년 두 자리 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국내 직진출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유기농·친환경 소재를 고집하고 그 공급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이 환경보전에 관심이 큰 소비자들의 마음을 샀다.

그러나 잘 나가는 파타고니아에도 말하기 어려운 고민은 있다. 지난해 연말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만난 브레멘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태평양 총괄 이사는 "소비자들이 파타고니아를 ‘쿨’한 브랜드로 봐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솔직히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뉴트로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파타고니아의 인기가 크게 올랐다. 파타고니아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로고·플리스 소재·아웃도어룩 등은 모두 뉴트로 트렌드에 부합한다.

모든 기업이 반길 소식에도 슈멜츠 이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는 "타사 제품 대신 우리 회사 제품을 사면 노동력착취 공장(sweatshop)에서 만든 제품 하나가 준다.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현재 목표는 이러한 트렌드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글로벌 재계 회의인 '앨런 앤 코 컨퍼런스'에 참가한 팀 백스터 전 삼성전자 북미 총괄 사장이 맞춤형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쿨한 브랜드보다는 친환경 브랜드로 남아 사업 최종 목표인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진지하게 제기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에는 미 월가 금융권에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 캐주얼 복장이 유행하면서 파타고니아가 인기를 끌자,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과 제휴할 수 없다며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기업에만 거래를 계속하겠다는 결정이었다.

슈멜츠 이사는 "판매를 중단하면서 1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최근 파타고니아의 연 매출이 10억달러를 넘겼을 때도 아무도 관심이 없어 며칠 지나서야 알게 됐다"면서 "우리는 기업 성장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진정성이야말로 파타고니아가 갖춘 경쟁력이자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슈멜츠 이사는 "파타고니아를 이길 경쟁기업은 없다"면서 "우리는 그린워싱을 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정직하고 진짜(real)인 기업이 없다”고 밝혔다. 그린워싱은 친환경경영과는 실질적으로 거리가 있는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부 상품만 친환경으로 판매하며 그린워싱을 진행하는 기업들과 달리 모든 사업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충성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슈멜츠 이사는 밝혔다.

슈멜츠 이사는 "10여년 전 내가 의류매장 설계로 고민하고 있을 때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내게 '그저 진짜가 되라'고 조언했다"면서 "그 이후 모든 선택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항상 정직하고 진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문보기'잘 나가는 파타고니아의 고민…"쿨한게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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