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자원 빈국에서 그린 수소 산유국으로 진입.'
우리 정부는 지난해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이런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면서 '자원 산유국'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1년 동안 그린 수소 산유국 '청사진'을 기대하며 곳곳에서 개발 계획이 쏟아졌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여서인지 뚜렷한 성과를 찾아 보긴 힘들었다.
물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보니 섣부른 결실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그린 수소' 개발 분야는 1년 동안 칭찬보다 비판을 더 많이 들어야 했다.
통상적으로 '그린 수소'는 이산화탄소에 같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수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그린 수소'를 어떻게 정의할까.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선 '그린 수소'를 재생 에너지 생산 수소, 해외 수입 등 온실 가스 미배출 수소로 정의했다.
언뜻 보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수소를 통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그린 수소' 확대 정책을 세우기에 정확한 정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인증제도로 보면 완전한 '그린 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를 활용한 수전해 수소 생산 방식밖에 없다"며 "현재 정의는 수전해 생산, 해외 수입 등의 비중도 설정되지 않아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제대로 된 수소경제 이행을 위해선 완전한 '그린 수소' 공급이 필요하나 현실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계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의 인증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자 보상방안에 활용되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우대 가중치를 저탄소인증수소 등까지 확대해 차등을 두자는 방안이다. 생산자들의 경제적 유인을 고려한 것이다.
정책을 마련해 점진적으로 완전한 '그린 수소' 생산을 늘려간다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5.1GW로 전체 발전량의 7.6%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하위권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 수준(63.8GW)까지 끌어올릴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태양광·풍력 에너지가 기상 영향을 많이 받고, 출력 변동성이 큰 만큼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생 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지역 주민과의 마찰 등도 고려 대상이다.
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장은 "'그린 수소'를 직접 만드는데 드는 부담을 고려할 때 수입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이미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5% 수준으로 미래 에너지 역시 수입할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내 곳곳에서 한국산 '그린 수소'를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선 2022년까지 ㎿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3일에도 '제4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을 의결하면서 수전해 효율을 2030년 80%까지 끌어올려 '그린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나섰다.
2017년 12월부터 제주도에선 공기업, 업계 및 학계가 연합해 국내 최초 풍력에너지를 '그린 수소'로 만드는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중부발전 상명풍력발전소에서 미활용되는 풍력에너지 전력을 수소로 변환해 발전하는 시스템으로 올해 설치가 완료될 전망이다.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에너지가 맑은 날 낮에 넘치는 것과 같은 변동성에 대응할 건 '그린 수소'"라며 "해외에서도 개발이 오래되지 않아 우리 기술로 충분히 재생에너지를 '그린 수소'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