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포드 전기차 공장을 방문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전기차에서 중국에 뒤처지고 있지만 중국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미중 경쟁이 전기차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포드사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모델을 시승한 후 시속 100km까지(제로백) 가속시간이 4.4초에 불과해 "훌륭하다(It feels great)"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전기차 산업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1740억 달러(약 197조원)를 배정해 둔 상태다. 약 1100억 달러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지급되며 150억 달러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450억 달러는 스쿨버스와 통근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기 위해 배정됐다.
미국이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는 달리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이 앞서고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전기차 판매량도 미국을 훨씬 능가한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36만7000대에 달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순수전기차(BEV)를 합한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32만8000대에 불과했다. 중국의 4분의 1에도 못미친다.
격차는 올해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1~4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73만2000대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250% 증가한 수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약 40% 증가한 18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월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을 뜻하는 전기차 침투율도 9%를 기록하는 등 2020년(5.8%) 대비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 지난해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약 2.3%에 불과하다.
미중 양국의 전기차 보급률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중국의 에너지 소비와 자동차 산업 정책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2019년 중국 원유소비량은 약 6억9600만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4% 증가한 수치다. 이 해 중국은 전체 소비량의 약 72%에 달하는 약 5억600만톤을 수입했으며 국내 원유 생산은 약 1억9100만톤에 그쳤다. 외부로부터의 공급 충격에 아주 취약한 구조다.
이처럼 중국은 매년 7억 톤의 원유를 소비하고 대외의존도가 70%가 넘기 때문에 원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일찍부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준비해왔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시기에 빨리 전기차 산업에 진출해 산업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신에너지자동차산업 발전계획(2021~2035)'은 2025년까지 전기차 침투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2025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500~600만대까지 증가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발표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리하기(Winning the Chinese BEV market)'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연간 24%씩 성장해서 2030년에는 9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양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을 크게 앞선다.
전기차 시장뿐 아니라 테슬라가 앞서가고 있는 전기차 생산에서도 중국 전기차들의 추격이 거세다.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홍광미니EV 등 중국 저가 전기차업체 및 니오·샤오펑·리샹의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올해 1~4월 가격이 약 500만원에 불과한 저가 미니차 홍광미니EV가 10만대 가까이 팔리며 1위를 차지했고 테슬라의 '모델 3'는 5만9122대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 대표 전기차업체인 BYD가 내놓은 '한'은 2만7098대 팔리며 '모델 3'를 맹추격 중이다.
BYD가 내놓은 '한'은 훨베이스가 2920mm로 '모델 3'(2875mm)보다 길고, 시속 100km 가속시간도 3.9초로 '모델 3'(3.5초)에 육박해 성능 면에서도 테슬라를 따라잡고 있다. 가격은 모델3보다 약 9% 낮은 3900만원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재밌는 건 중국 특성을 살린 가성비 전기차들이다. 홍광미니EV뿐 아니라 창청자동차, 치루이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가 생산하는 약 500만~1000만원 가격대의 저가 전기차들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은 이미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3인방인 니오(NIO), 샤오펑(Xpev), 리샹(Li Auto)의 판매량도 증가추세다. 4월 니오는 7102대, 샤오펑은 5147대, 리샹은 5539대를 판매하며 모두 전년 대비 100% 이상의 판매증가폭을 기록했다.
중국은 BYD가 모델3에 맞먹는 성능의 전기차를 내놓고 100만번째 전기차를 올해 판매하는 등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완성차 업체가 500만원대 가성비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등 전기차 혁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니오·샤오펑·리샹 등 전기차 3인방도 빼놓을 수 없다.
전기차처럼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산업에서는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경쟁력을 미국도 견제하기 힘들다. 전기차 산업에서는 일단 중국이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