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뜨거운 걸 주는겨?" 지난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직원이 아메리카노를 건네자 한 할아버지가 "차가운 걸로 시켰다"고 따져 물었다. 높았던 언성에 비해 사건은 쉽게 일단락됐다. 직원이 영수증에 적혀있는 'HOT'(뜨거운)를 가리키면서다. 평소 같으면 평행선을 달렸을 법한 논쟁이지만, 할아버지는 말 없이 밖을 나섰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로 주문해 증거가 명백히 남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억울해보였던 할아버지의 표정을 뒤로 하고 키오스크로 가봤다. 아메리카노 그림을 누르자 나온 화면에는 'HOT'이 자동으로 우선 선택돼 있었다. 주의하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키오스크가 익숙치 않은 할아버지는 같은 화면에 띄워진 사이즈 선택을 비롯해 유료옵션과 무료옵션 등 신경써야할 것이 많았으리라.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점포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세탁소와 백화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일부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게 등 무인점포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년층은 달갑지만은 않다. 서울 관악구에서 4년째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희씨(43)는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혼자서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기가 여의치 않아 키오스크를 들였다. 이씨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키오스크) 사용을 불편해하신다"며 "그런 경우에는 대면으로 결제를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카페는 나았다. 다음날인 29일 서울 중구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점을 찾았다. 키오스크로 OO세트 주문을 시도해봤다. 다행히도 추천 메뉴라 첫 화면에서 고를 수 있었지만, 이어 음료와 소스, 감자튀김 등 부가메뉴의 종류와 크기를 차례로 선택해야 했다.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새로 나오는 화면에 순간순간 멈칫했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직원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6명이었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었다. 오전 타임에 일하는 직원 황모씨(27)는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경우 손이 비는 사람이 대면 결제를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가 캐셔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임에도 하루에 10명 이상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곧장 직원에게 다가가 주문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정순 할머니(72)는 "예전에 한 번 해보려 했었는데 도통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면서 "이후로는 기계(키오스크)가 있는 식당에 가면 직원에게 결제해줄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인화로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말한다. 어느 한 매장이나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시대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 지자체가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를 막기 위해 자체 교육 위주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장에서의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인화 흐름은 불가피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과 디지털화를 저해하거나 늦출 수도 없다고 본다"면서 "고령층이나 전자기기를 쉽게 다룰 수 없는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한 보완책, 민간 기업에 대한 권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시대이기 때문에 단체교육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온라인 교육이지만 어르신들은 온라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전제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에서 기업이나 매장에 (대면결제를 하는) 직원들을 최소한 한 명 정도 유지시키며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감소도 무인 매장화의 숙제로 거론된다. 현상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16만6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과 더불어 서비스 영역에서의 무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장 주변의 식당만 둘러봐도 빈 카운터와 그 옆을 차지하고 있는 키오스크를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8년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2)는 최근 키오스크를 들였다. 김씨는 "이전에는 한 명이 서빙, 다른 한 명이 손님 맞이와 계산을 주로 담당하는 식으로 홀에서 2명이 일했다"면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두 사람이 하루 단위로 번갈아가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