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을 지탱하던 노동자들도 타격을 입었다. 추가·특별근무 등 추가수당으로 버티던 급여체계가 무너지고 임금수준을 맞춰기 어려워져서다. 특히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기술 노하우가 집약된 숙련공 조차 최저임금을 받는 수준으로 추락해 산업 경쟁력을 악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주52시간제가 확대에 따른 부작용은 사업주뿐만 아니라 뿌리산업 노동자들에게까지 미쳤다. 이달부터 5인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특히 내국인(한국) 근로자의 급여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본이나 기술보다 노동력에 의존하는 중소·영세 사업장은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생산동력이다. 노동시간이 감소하면 생산력이 떨어지고, 때문에 임금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행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은 기존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16시간이 줄어들었다.
근로자들은 당장 체감은 못한다면서도 혹여나 급여가 줄어들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도금업계에 따르면 일반 근로자에 대해 월 300만원, 숙련공에 대해 500만~6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8인 규모 도금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금까진 고생해도 일하면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며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줄어든 근로시간 만큼 숙련공이나 주요 산업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15인 규모 표면근속처리 업체 근로자 B씨는 "근무여건이나 급여수준만 따지면 옮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하며 "숙련공이 되고 나아가 사업체를 차릴 수 있는 기술까지 익히게 되는데 10년 이상은 걸리는데, 이 기간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간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산업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0년 만에 업황이 나아지고 있는 조선업은 야외에서 진행되는 작업이 많아 날씨가 맑은 단기간에 작업시간을 늘려 공급해야 한다. 조선업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줄어든 급여를 보존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단 설명이다. 줄어든 급여를 보전하기 위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의 이직도 적극적이다. 그러다보니 인력유출이 심한 중소기업에선 숙련공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52시간은 조선산업계에) 자살골 같은 결정"이라며 "시급을 올려줘도 근로시간 감소로 전체 급여가 줄어든 노동자들이 속속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 20%가량의 이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숙련공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주52시간제 도입과 근로구조 개선을 동시에 감당할 구조적 여건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고 이른바 3D업종(힘들고, 더럽고, 위험한)으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 양성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교육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유입이 줄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제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겐 독이 될 수 있다"며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여 워라밸(일·생활의 균형)을 실현하자는 당초 취지는 퇴색되고 가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