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드문드문 내리는 날씨였다. 지난 7일 서울에서 KTX와 택시로 도합 1시간30여분을 달려 도착한 LS ELECTRIC(일렉트릭) 청주1사업장. 안쪽으로 걸어들어가자 깔끔한 외관의 G동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게 새겨진 'SMART FACTORY'라는 글자에 우리나라 대표 '스마트 공장'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는 어떨까. 기대감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에어샤워를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G동에 들어서자 수백 개의 파란 불빛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동화 시스템이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수(手)작업 중인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모니터 앞에서 라인 곳곳에 설치된 PLC(설비자동제어장치)로부터 온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현재 생산 중인 모델과 계획, 실적 등이 모니터에 표시돼 있었다.
1층에선 주력 제품인 저압차단기를 10.8초에 한 대꼴로 찍어내고 있었다. 부품을 들여와 포장하기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이다. 연간 2600만대의 차단기를 생산하는데, 자재는 정확히 1.5일 분 수준이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물건을 나르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은 무인운반차(AGV)의 몫이었다. 무인운반차는 프로그래밍된 명령에 따라 각 부품을 라인으로 운반하고 완성된 제품을 포장라인으로 이동시킨다. 길 앞을 막아서봤더니 자연스럽게 피해서 움직였다.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닌, 자율주행 운반차라 가능한 일이었다.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면 그 자리에 멈춰서서 요란한 경고음을 냈다.
운반차가 각종 부품을 생산라인에 투입하면, 제품 하나 하나에 레이저로 고유 ID를 새기는 것으로 자동화 공정이 첫 발을 뗀다. ID에는 모델명과 필요한 부품 및 성능 등 정보가 포함돼 있다. ID가 있기에 모든 공정에서 스스로 시작하고, 판단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어지는 품질 검사 역시 사람 손길이 필요없다. 이를 테면 외관검사 라인에서는 하얀색 로봇 팔이 파란 빛을 내며 다각도에서 제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촬영한 6개의 사진은 곧바로 모니터에 나타났다. 백희선 LS일렉트릭 제조지능화연구팀장은 "과거에는 전선이 밖으로 삐져나오는 등 불량을 육안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면서 "(현재 시스템은) 딥러닝 기반으로 이미지가 쌓일수록 검사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품질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면 다음은 포장이다. ID에 따라 최대 4개의 악세사리가 제공되며 '1박스 1개입' 포장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각각 포장된 제품들은 다시 커다란 박스에 20개씩 자리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이 제품별로 가야할 곳을 판단해 제품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참 똑똑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2층에서는 흔히 '두꺼비집'으로 불리는 개폐기를 만들고 있었다. 생산능력은 연간 1200만대에 달한다. 1층과 공정은 대개 유사했다. 다만 생산속도가 5초에 한 대꼴로 두 배 빨랐다. 핵심 부품인 코일 권선 설비에서도 권선은 물론 시험과 적재를 전 자동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설비 대기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성은 6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었다"면서 "에너지사용량 역시 60% 이상 절감했으며 불량률도 글로벌 스마트 공장 수준인 7PPM(백만분율)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작업자 수도 라인당 절반으로 줄면서 경영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LS일렉트릭은 2011년부터 스마트 공장이라는 개념을 기치로 내걸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세계 최대 산업전시회 '하노버메세'에서 화두를 던지기도 전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ICT(정보통신기술)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다품종 대량 생산은 물론, 맞춤형·소량다품종 생산도 가능한 시스템 변혁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에는 세계경제포럼이 LS일렉트릭 청주공장을 '등대공장'으로 선정했다. 등대공장이란 어두운 바다에 등대가 불을 비춰 배들의 길을 안내하듯 새로운 제조업의 성과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공장을 말한다. 2019년 포스코가 선정된 이래 국내 기업으론 두번째다.
LS일렉트릭은 이에 그치지 않고 CPS(사이버 물리 시스템)를 지속 도입하는 방법으로 시뮬레이션 분석에 의한 생산시스템을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기술교육과 현장 견학을 제공해 스마트 공장의 확대 보급을 꾀하고 있다.
백 팀장은 "현재 부품 공급까지 자동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불꺼진 공장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부산이나 중국, 베트남 등 다른 공장으로도 스마트 공장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솔루션을 만들게 되면 이를 자산화해 비즈니스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